'韓규제' 95% 찬성했다는 보고서보니…"금수조치" 요구도

日, 2일 韓 화이트국가서 배제 결정
"국가안보상 필요한 조치"vs"한일관계 악화 우려"
산자부vs경산성 장외설전도
  • 등록 2019-08-03 오전 8:53:59

    수정 2019-08-03 오전 10:52:07

△美가 중재하려고 하지만…8월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강경화(왼쪽) 외무장관과 고노 다로(왼쪽 세번째) 일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진을 찍은 후 서 있다.[사진= 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김상윤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무역상 우대국인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기에 앞서 시행한 의견 공모(퍼블릭코멘트)에 95% 이상이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찬성 의견에는 ‘한국과의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에 우대조치를 줄 수 없다’, ‘일본의 안전 보장에 필요하다’는 등 일본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금수 조치나 기술 수출도 막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반면 소수 의견에 그쳤지만 “일본 정부는 세계에 부끄러운 대응을 한국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심술(嫌がらせ)”라는 일침이 담긴 질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에 정밀기기 수출해도 이상치 않아” 의견도

3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1일부터 24일 모집된 4만 666건 의견 중 대표적인 의견을 정리한 요약본에 따르면 95%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고 반대 의견은 1%에 불과했다. 법령 개정 전 의견을 묻는 퍼블릭코멘트는 많아야 수십 건의 의견이 모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하는 ‘화이트 리스트’ 명단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이례적으로 많은 의견이 쇄도했다. 경산성은 대부분 ‘개인’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의 조치가 일본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조치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다만 이번 요약본은 제시된 의견들을 날 것 그대로 나타내기 보다는 경산성이 대표적인 의견이라고 판단한 것들을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경산성의 ‘편집’이 들어간 셈이다.

찬성의 뜻을 나타낸 의견들은 그 이유로 △한국의 무역관리에 관한 캐치올 규제가 미흡한 데 이어 신뢰 관계가 훼손돼 무역관리제도가 적절히 운용되는지 곤란한 상황에서 엄격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제재가 아니라 지금까지 준 특혜를 철회하는 것으로 일본이 판단할 문제라는 경산성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레이더 조사, 강제 징용피해자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볼 때 당연한 조치 △반복되는 한국의 국제조약 또는 국제법 무시라는 방약무인한 태도를 볼 때 필요한 조치라는 등 이와 관련된 의견도 나왔다.

지금의 한국은 납북 피해자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을 제쳐두고 일본의 제도를 악용해 정밀기기를 북한에 유출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산성은 “이번 개정안은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하자는 관점에서 하는 것”이라며 “시행 후 적절히 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찬성 의견 쪽에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화이트국가로의 배제뿐만 아니라 수출금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 이전과 수출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산성은 “추가 조치에 대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최대한 빨리 시행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산성은 “안전보장상의 긴급성과 수출사업자가 인식할 기간을 고려해 공포일로부터 21일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산성이 밝힌 개정안 공포 날짜는 7일로 시행날짜는 그로부터 21일 이후인 28일이다.

“수출관리 적절 운용”vs“韓 재래식 무기 캐치올 규제 없어”

요약본에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도 담겼다.

△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한 보복·제재로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부터 이번 조치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것 △일본의 국제적인 신뢰를 낮출 것 △한·일 관계가 약화되면서 북한만 이롭게 하고 오히려 일본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담겼다.

특히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의견자는 “한일관계의 개선은커녕, 지금까지의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며 “일본의 심술이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할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를 “비상식적이고 독자적인 제재”라며 “일본은 세계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말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경산성은 “이번 개정안은 수출관리를 적절하기 위한 국내법상의 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조치가 외교·정치적 대항 조치가 아니고 한국 정부와 논의할 사항은 더더욱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산성의 장외 설전이다. 산자부는 이번 의견 공모 기간에 경산성에 의견서를 보내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경산성은 산자부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 의견을 실어 공표했다.

경산성은 한국 정부의 수출관리 조치가 미흡한 이유로 우리나라 캐치올(Catch-All) 규제의 근거 조문인 대외무역법 19조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50조는 대량파괴무기 관련 물품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명기돼 있어, 재래식 무기 캐치올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자부는 우리나라도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규제를 적절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 미사일, 화학무기, 원자력과 관련된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는 산업부 장관이 상황허가를 하게 돼 있으며 오히려 화이트국가에 대해서는 인지(Know), 의심(Suspect), 통보(Inform)에 대한 의무를 모두 면제해주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인지와 통보를 하게 돼 있는 등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 산자부는 일본의 화이트국가 리스트에는 재래식 무기 캐치올 규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며 한국만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경산성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이런 나라들에 대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한 배경에는 ‘신뢰가 깨졌다’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일 전략물자 회의가 3년 동안 열리지 않은 책임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산자부는 “한국은 2019년 3월 이래 제7회 협의회의 주최국인 일본에 연락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회의 무산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산성은 “몇 번이고 개최를 요청했지만 한 번 일정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의 사정에 의해 여러 차례 연기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산자부는 전략물자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과 별도로 경산성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매년 참여해 의견 교환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산성은 “세미나와 기밀정보를 포함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책 대화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수출관리·통제 전담인력 역시 쟁점이 됐다. 산자부는 110여명을 넘는 전담인력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무역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경산성은 산자부 조직부에 나타난 전담인력은 11명이며 이마저도 2명은 무역보험이나 다이아몬드 수출 관리 직원들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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