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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면서도 아이의 모든 경험은 양육자인 부모의 반응과 해석으로 여과돼 아이의 마음에 새겨진다. 자신을 바라보고 웃어주는 부모의 표정 속에서 기쁨이라는 감정을 배우고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 역시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왠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겨져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자신은 괜찮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고 위축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화가 내면화돼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되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형이 동생에게 소리 지를 때 단순히 소리 지르지 말라고 행동만 나무라서는 안 된다. 소리 지르게 만든 원인인 마음의 분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분히 대화를 통해 아이가 느끼는 불만을 파악해야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고,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공감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부모 자신이 공감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자녀는 내 방식대로 양육해도 된다는 권위의식을 지닌 부모는 더욱 그렇다.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중점을 두는 성과 위주의 삶이 만연한 현대사회의 풍토 역시 마음보다는 행동에 주목하게 한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견고해진 마음의 습관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부모의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이 있어 같이 나누며 도전하고 싶다.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닌 온전히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아이의 모습 그대로 수용할 때,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자녀의 삶을 조각내어 회한 덩어리로 만들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거슬리는 행동에 대한 반응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아이의 다친 마음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석공(‘파페포포 메모리즈’ 중에서)
돌을 사랑하는 석공이 있었다. 석공은 돌을 자신의 생명처럼 생각하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라보며 온몸으로 보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돌의 한쪽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거슬려 참다못해 그는 정을 가지고 다듬어 버렸다.
다음날 돌을 보니 반대쪽이 이상하게 보여 또다시 정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깎여 나갔고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자신의 얼굴과 같아져 버렸다. 석공은 가슴 깊이 후회했지만 원래 사랑했던 처음 그대로의 모습은 조각조각 버려졌고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과 똑같은 돌덩이만 남아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직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려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