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논할 때 지구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다. 소수의 지도자와 집단의 대이동, 결정적인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 인류의 역사는 오롯이 인류의 힘으로 이뤄낸 것일까.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저자에 따르면 문명의 진화와 지구의 변천사는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발전해왔다. 나무에 매달려 열매와 잎을 먹고 살아가던 영장류가 두 발로 직립 보행을 하게 된 것은 숲으로 무성했던 동아프리카 지역이 극적인 사건으로 메마른 사바나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종의 위기를 이겨내고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대륙판들의 활동과 이로 인한 화산의 분화 등 지구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한 결과다.
사람에게는 재앙과 같은 코로나19가 오히려 지구를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문명의 전체 역사는 현재의 간빙기에서 잠깐 동안 반짝이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구가 우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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