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비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 누가 책임 질건가

  • 등록 2020-10-15 오전 6:00:00

    수정 2020-10-15 오전 6:00:0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최근의 전세난 사태를 무겁게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다. 그는 또 “전세 가격이 보합 안정되고 있으나 매매시장과 달리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분석한 결과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의 평가가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주거안정 효과는 일부에 한정된 것일 뿐이다. 임대차3법 시행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기존 임차인들이 그대로 눌러 사는 상황에서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세 물건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 버렸다.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셋집 하나를 놓고 아홉팀이 줄을 서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결정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본지가 최근 서울 입주 2년차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총 19개 단지 2만804가구 중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159개가 전부였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물건의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전세 대란의 고통을 홍 부총리와 정책 당국 관계자들이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서울 마포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홍 부총리 또한 집 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이사할 곳을 찾아야 할 처지라고 한다. 고위 경제 관료가 전세난을 직접 체험하게 된 셈이니 세입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조금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부총리의 체험만으로 시장의 혼란이 금새 가라앉고 세입자를 안심시킬 처방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매물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장이 평온을 찾을 수는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표준임대료 도입 등 또 다른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전세난을 부른 임대차 3법 등 규제 위주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을 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공급 확대와 함께 전세 수요를 매매로 이동시킬 수 있는 한시적 양도세 완화 정책 등 전문가들 제언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제도와 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전세대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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