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율 인하?…6억 아파트 절세효과 없다

재산세율 인하 시뮬레이션 돌려보니
노원구 중계무지개 아파트 보유세 그대로
9억 아파트도 7년 간 고작 70만원만 절감
현실화율 큰 폭 인상·재산세 상한율 때문
전문가 "보여주기식 정책"
  • 등록 2020-10-29 오전 5:30:00

    수정 2020-10-29 오전 8:36:11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달성’이란 정부 목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당정이 민심 달래기용으로 1주택자 재산세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공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재산세율 0.05%포인트 인하가 현재로선 유력하다.

그러나 이데일리가 우병탁 세무사(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재산세율 인하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주택자 세금 절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 9억원 대 아파트 보유세 인하 효과는 공시가 현실화율 90% 달성 기간인 7년 동안 고작 70만원에 그쳤다. 심지어 6억원 대의 중저가 아파트는 재산세 절감 효과가 전혀 없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상한율 때문에 재산세 크게 못 올려”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재산세율 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부동산공시법에 근거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며 “이와 연계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재산세율 인하 대상은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 9억원을 시세로 환산하면 약 12억~13억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면 해당 시세의 현실화율이 약 69%이기 때문이다.

인하폭은 일괄적으로 0.05%포인트 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현재 재산세율은 0.1~0.4%인데, 과세표준별로 보면 △6000만원 이하는 0.1% △6000만~1억5000만원 0.15% △1억5000만~3억원 0.25% △3억원 초과는 0.4%를 적용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국토교통부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운로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열렸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왼쪽 네번째)를 좌장으로 지명토론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실제 재산세율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 결과, 재산세율 인하시 시세 9억원 대 아파트의 보유세 혜택은 7년간 7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9억~15억 이하 아파트의 공시가 현실화율 90%를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남가좌삼성1차’ 아파트(시세 9억 3000만원)에 현재 재산세율을 적용할 경우 7년간 내야하는 재산세는 1398만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06만원이던 보유세는 2024년 201만원을 기록, 200만원을 넘는다. 이후 2027년 289만원을 내야한다.

우 팀장의 추정치는 시세가 연간 2%씩 상승한다고 가정, 정부의 현실화율 반영 비율을 적용했다. 또 보유기간 6년 이상으로 세액공제 20%를 가정했다.

그러나 재산세율 0.05%포인트 인하를 가정한다 해도 같은 기간 내야 하는 재산세는 1326만원으로 약 70만원의 재산세 인하 혜택만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연도별로 봐도 하락폭은 적다. 2021년 보유세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106만원이다. 2024년 재산세는 193만원으로 고작 8만원이 줄어든다. 심지어 해당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27년부터 9억원을 넘게 돼 재산세율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재산세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건 어차피 일정 부분 이상 세금이 오르지 못하게 ‘상한율’이 정해져 있어서다. 바로 세부담 상한율이다.

보유세 인상폭은 시가 표준액 3억원 이하 5%, 3억~6억원은 10%, 6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30%를 넘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아파트별로 상한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높은 재산세율을 적용해도 재산세 인상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소리다.

남가좌아파트를 예시로 설명해보자. 남가좌아파트의 내년 재산세는 올해(81만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한율 30%를 적용해 106만원을 넘을 수 없다. 단순히 현행 재산세율만 적용하면 남가좌 아파트는 160만원의 재산세를 내야하지만, 상한율에 걸려 106만원의 재산세만 부과받는다. 만약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춘다고 해도 상한율 적용 전 보유세는 144만으로 이미 상한 가격을 넘게 된다. 다시 말해 재산세율을 낮춰도 106만원의 재산세만 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병탁 팀장은 “이미 현실화율을 대폭 올렸기 때문에 재산세율을 낮춘다고 해도 상한 가격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노원 중계 무지개 아파트 보유세 절감 효과 0

심지어 6억원대의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율 인하 효과는 전무했다. 시세 6억원의 노원구 중계 무지개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율 인하 효과가 전혀 없었다. 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 아파트 소유자가 10년간 내야하는 재산세는 776만원인데, 재산세율 인하를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6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는 2030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 9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우 팀장은 “저가 아파트의 경우 이미 상한가격 만큼의 재산세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세율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며 “그나마 시세 9억원 이상의 아파트의 재산세율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산세율 인하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재산세율 인하 정책은 사실상 보여주기 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재산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느끼는 효용은 크지 않다”며 “재산세율 인하 카드는 사실상 정치적인 공언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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