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작 두 줄 논평…`호남 끌어안기` 무색한 국민의힘

  • 등록 2020-12-02 오전 6:00:00

    수정 2020-12-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재판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

단 두 줄이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전두환씨의 1심 판결을 두고 한 논평이다. 이날 광주지법은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일반 시민을 향한 헬기 사격이 분명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여야는 일제히 입장을 냈지만 온도차가 있었다.

역사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의미있는 판결이었음에도, 여권은 전씨의 형량을 지적하며 5·18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형량이라며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또한 “전씨의 죗값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라는 점에서 유감이다”고 거들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다소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구두논평으로 “광주시민들의 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해 계속 정진해 나가겠다”고 짧게 밝혔다. 범야권인 국민의당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청했다.

호남을 끌어안겠다고 약속했던 국민의힘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존 보수 정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혁신 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의 일환으로 내세운 것이 ‘호남 동행’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8월 직접 5·18 민주화운동 묘역을 직접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호남을 찾았고, 반대로 영남을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어야 했다.

국민의힘 전신에는 전씨가 초대 총재였던 민주정의당이 있다. 물론 그 뿌리가 어디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이 당의 짙은 보수색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건 명백하다. 예전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사용해온 광주 당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당의 새로운 정강에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이어나간다’는 각오를 새겨 넣은 국민의힘은 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해보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