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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안전자산 비트코인

  • 등록 2021-04-16 오전 7:54:56

    수정 2021-04-16 오전 7:54:56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갑자기 투자 열풍이 부는 것도 그렇고, 가격 변동도 하루에 몇 십 퍼센트를 넘기기 일쑤이니 안전은커녕 투기성 자산에 가깝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말로는 비트코인이 금을 능가하는 안전자산이라고 한다. 도대체 컴퓨터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어떻게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 거래는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실물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먼저 비트코인의 보유와 거래에 대한 정보를 누가 어떻게 저장하고 관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개발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비트코인의 보유와 거래에 대한 모든 정보는 하나의 전자장부에 기록되어 관리되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보유와 거래 정보를 10분마다 모아 이를 블록이라고 불리는 파일에 저장한 뒤 이 파일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저장되어온 블록파일들의 맨 뒤에 위치시킨 것이 비트코인의 전자장부이다. 10분마다 하나씩 만들어진 블록파일들이 순서에 따라 정렬되어 있는 것이 체인과 같다 하여 이 전자장부를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지난 11년 동안 만들어진 블록의 수가 60만 개에 이르고 이 60만 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진 블록체인의 크기는 300 기가바이트에 이른다고 한다.

비트코인 전자장부는 채굴자라고 불리는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비트코인 관리자들의 컴퓨터에 동일한 파일로 저장되어 있다. 10분마다 이들 100만 명의 채굴자 중 누군가가 거래 정보를 모아 새로운 블록을 만들어 비트코인 전자장부 맨 뒤에 붙이고 이를 공표하면, 전 세계 100만 채굴자들은 새로운 블록의 정당성을 확인한 뒤 업데이트된 전자장부를 다운로드함으로써 모든 채굴자들은 항상 동일한 전자장부를 유지하게 된다. 100만 명의 채굴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전자장부를 동시에 조작하거나 해킹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의 관리나 보증 없이도 사용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정보는 안전하게 관리된다.

그런데 이렇게 10분마다 기존의 전자장부를 업데이트된 새로운 전자장부로 교체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채굴자 중 누군가가 새로운 블록을 만들어 전자장부의 맨 뒤에 붙일 때 기존 전자장부의 내용을 바꿔버리면 이를 모르는 다른 채굴자들이 바뀐 전자장부를 다운로드하게 되어 비트코인의 보유와 거래 정보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 문제를 체인처럼 연결된 암호와 열쇠로 해결하고 있다. 비트코인 전자장부를 구성하는 각각의 블록은 자신의 내용을 암호화한 뒤 그 열쇠는 스스로 보관하고 암호화된 코드는 다음 블록에 저장한다. 즉 비트코인의 블록은 직전 블록의 암호화된 코드, 거래내역, 그리고 다음 블록에 저장될 자신의 암호화된 코드에 대한 열쇠로 구성된다. 만약 누군가가 어느 블록의 거래내역을 바꾸면 바뀐 거래내역은 다음 블록에 저장되어 있는 암호코드와 맞지 않게 되고 다음 블록의 암호코드를 바꾸면 자신이 저장하고 있는 열쇠와 암호가 맞지 않게 되어 암호에 맞는 새로운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블록의 암호코드가 바뀌면서 그 뒤에 연결된 모든 블록의 암호와 열쇠가 모두 맞지 않게 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전자장부를 조작하려면 조작하려는 블록 이후 연결된 모든 블록의 열쇠와 암호를 모두 바꿔야만 한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특성은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자체에 총 발행 코인 수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 이미 1800만 개 이상이 발행되어 남은 코인 수가 300만 개도 되지 않는다. 4년마다 신규 발행 가능한 비트코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계속 증가하게 되어있다.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관인 플랜 B가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서 만들어낸 모델에 의하면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2배 증가할 때마다 시총은 10배 증가한다고 한다. 이 모델로 예측한 비트코인 가격은 금년 말에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는데,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에 근접한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희소성으로 인해 장기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고 보유와 거래 정보가 조작되거나 분실될 염려가 없는 비트코인을 두고 안전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수급의 영향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인플레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 기업과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가 늘어나면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통화주권을 수호하려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견제를 극복하고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꾸었던 가치 훼손의 염려가 없는 디지털 화폐로 자리 잡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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