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대전 도시철도2호선…행정 신뢰·책임성은 '나몰랑'

당초 약속했던 무가선 배터리 방식은 기술적 이유로 포기
현재 배터리+가선 혼용방식 검토…전문가·시민 반발 불가피
용역기관이 배터리 기술보유…'이해충돌' 등 공정성 논란도
  • 등록 2021-09-02 오전 8:04:36

    수정 2021-09-03 오전 9:48:54

대전시가 당초 구상한 무가선 트램.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및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보다는 특정 용역기관에 의존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행정의 신뢰·책임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가선 배터리 방식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구간에 가선을 설치하면 된다’는 논리로 배터리 방식을 고수하면서 특정 기관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노선도. 대전시는 지난 5월 당초 도시철도 2호선 노선에서 빠져있던 대전역을 경유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래픽=대전시 제공


대전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전력 공급 방식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2019년부터 대전 트램 운영계획 수립 및 도로 영향분석을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2월 36.6㎞ 전구간에서 100% 무가선 배터리 방식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배터리 방식을 기본 시스템으로 하고, 일부 구간에 가선을 설치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용역을 의뢰한 대전시도 이에 동조해 ‘일부 구간에 가선이 불가피한 것으로 안다’며 당초 시민들과 약속했던 무가선 트램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2월 열린 대전트램 전문가 토론회에서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가선은 ‘슈퍼캡(슈퍼커패시터)’에서 출발했다. 짧은 시간 대용량의 전력을 충전했다가 방전하는 것으로 모터에 제동을 걸때 생기는 전력을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무가선 쪽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해서 시작하며 도입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방식은 충전설비 갖춰진 특정 장소에서 전기에너지 충전 후 주행 시 충전된 에너지를 방전하며 운행한다. 반면 슈퍼캡은 대량의 전력을 급속으로 충·방전하는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해 정차 시 충전하고 다음 정거장까지 주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22일 대전시청사에서 대전시 관계자와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그러나 도시철도 관련 전문가들은 “배터리와 가선의 혼용방식은 최악의 조합으로 주객이 전도된 참사”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당초 대전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이 구상했던 무가선 트램이 기술적 한계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 공중가선을 설치하는 것으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런 방식은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최악의 방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대전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배터리 방식의 무가선 트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배터리와 공중가선을 혼용하는 것은 양방식의 단점만 결합한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현재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용역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보유한 기술이 바로 ‘배터리’라는 점에서 용역의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즉, 선수가 심판으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대전트램 전문가 토론회에서 “일체형 순환선이 문제가 있다는 방식으로 예를 들면서 분리운영으로 결론을 내고 있지만 다분히 배터리 방식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내 개발 배터리는 한 번에 운행할 수 있는 길이가 제한적이고 구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선을 추가해야 한다. 반면 상용화 실적이 많은 노면급전방식이나 슈퍼캡은 노선의 길이나 구배에 민감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철도기술연구원은 ‘이해충돌’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전제한 뒤 “그간 철도기술연구원은 슈퍼캡과 배터리 등 2가지 방식만 놓고, 비교하는 등 다른 대안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거리나 경사, 날씨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지면급전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똑같이 비교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장은 “용역기관인 철도기술연구원과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 중 트램 방식을 최종 확정·발표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인기 대전시 트램정책과장은 “용역 결과가 이달 중 나오는 것은 맞지만 시민공청회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대전시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시험운행되고 있다. 대전시는 2012년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으로 지상고가의 자기부상열차를 확정했지만 2016년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트램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후 현 허태정 대전시장은 트램 방식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2012년 11월 지상고가·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실마리를 찾았지만 2014년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트램방식으로 변경,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6년 기본계획 변경안을 수립했으며, 같은해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2017년 기획재정부는 타당성재조사 시행을 결정했다. 수년간 답보상태에 있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사업으로 확정된 데 이어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기본계획 변경안을 승인받으면서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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