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원보다 덜 벌고도 더 내다니`…자영업자 건보료 손 본다

적자내도 종업원 최고보수 적용 건보료 내는 자영업자
개선법안 국회 발의…자영업자 신고대로 건보료 부과
재정·형평성 우려…정부 "영세 자영업자만 적용" 주장
  • 등록 2019-09-11 오전 6:25:00

    수정 2019-09-11 오전 6:25:00

종업원을 고용한 자영업자 영업이익 분포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적자를 내더라도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보다도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자영업자를 배려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이 이미 발의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부과제도개선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대해 복지부가 자칫 건보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회와 정부 간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10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현행법상 종업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종업원보다 소득이 낮을 경우 해당 종업원 임금을 적용해 건강보험료를 내게 돼 있다. 설사 적자를 내거나 소득이 아예 없다고 해도 무조건 고용한 종업원의 최고 소득에 해당하는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이 정기국회 시작 후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자영업자 사정을 고려해 자영업자의 신고금액을 기준으로 소득월액을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 의원에 따르면 2017년 종업원의 최고 임금보다 사업소득이 낮아 더 많은 보험료를 낸 건보 가입자는 16만2000명이고 이들은 연평균 3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더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만2000명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15%의 자영업자들 역시 종업원의 최고 보수액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냈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종업원보다 낮은 소득을 버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건보료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발의된 개정안대로 자영업자의 신고금액만을 기준으로 소득월액을 산정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 모두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자영업자마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생길 수도 있다.

애초에 이같은 제도가 도입된 것은 과거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은 50%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고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된 덕분에 소득파악률이 2016년 86.1%까지 개선돼 이같은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복지부는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 간 형평성도 문제 삼고 있다. 자영업자는 총수입에서 직원 급여 등 필요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기초로 소득을 신고하지만, 근로자인 직장가입자는 각종 공제 이전의 근로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법 개정을 통해 모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보험료 부담이 큰 영세 자영업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위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종업을 고용한 자영업자 중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비율이 42.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 달 100만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이는 최저임금을 한 달 월급으로 환산한 174만원 대비 적은 금액이다. 소득이 없거나 적자인 곳도 6.2%에 이른다. 반면 영업이익을 200만원 이상 기록하는 자영업자도 41.7%에 이르렀다. 종업원을 고용한 자영업자의 소득이 양극화돼 있어 보다 제도 개선 대상자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것이고 모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바꾸면 재정 악화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가 있는 만큼 안건을 올려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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