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오현경, 나이 잊은 대배우들의 '도전'

신구, '라스트 세션'서 프로이트로 열연
오현경, '레미제라블' 보청기 끼고 무대
  • 등록 2020-08-11 오전 6:00:01

    수정 2020-08-11 오전 6:00:01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신구(좌), 연극 ‘레미제라블’에 질 노르망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오현경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신구와 오현경, 올해 우리 나이로 85세(1936년생)인 ‘동갑내기’ 두 노장 배우가 나란히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 연극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대배우들이 펼치는 혼신의 연기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신구는 내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열리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로 출연하고 있다. 배우 남명렬과 더블캐스팅으로 출연 중인 그는 스스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힘든 도전’에 나섰다. 신구는 올 들어서도 연극 ‘장수상회’,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이들 작품은 그 동안 수차례 출연했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었다.

반면 ‘라스트 세션’은 달랐다.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신과 종교, 삶과 죽음, 전쟁과 사랑 등을 주제로 열띤 논쟁을 벌이는 2인극으로 대사량이 엄청난 데다, 국내 첫 공연이기에 작품 준비 과정에서 뒤따르는 고통도 컸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는 “이 나이에 새 작품은 무리”라며 출연을 고사했던 신구는 고민 끝에 ‘도전하지 않으면 배우가 아니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신구 선생님이 프로이트를 맡지 않으면 작품을 안 올리겠다”던 박정미 파크컴퍼니(제작사) 대표의 집요한 설득도 한몫 했다.

신구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혀에 물집이 생기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으로 작품을 끌어가고 있다. 연극계 관계자는 “배우들이 나이 들어 무대를 포기하는 건 대사를 외우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80대 고령의 나이에 지금껏 출연한 적 없는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것 자체로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그와 동갑인 배우 오현경도 연극 ‘레미제라블’로 다시 무대에 섰다. 국립극단의 ‘3월의 눈’ 출연 후 2년여 만이다. 오현경은 최근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연기하고 있다. 그는 “내 소리와 (상대 배우의)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연기해야 하는데, 잘 들리지가 않으니 힘든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이 불편해 할까봐 출연을 고사했던 백발의 노신사는 결국 후배들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무대로 돌아왔다. 그의 65년 연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다.

이번 작품에서 오현경이 맡은 역할은 부르주아 청년 마리우스의 할아버지인 질 노르망으로, 2막의 두 장면에 나온다. 작은 역할이지만, 연습할 때조차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기로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는 후문이다. 오현경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박웅(1940년생), 최종원(1950년생)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로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레미제라블’은 오는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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