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의과대학생들이 정부 의료정책 반대 활동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 ‘인제의대 DO RIGHT’에는 29일 짧은 글과 삽화로 구성된 홍보물이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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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물에는 “온 국민을 태운 이 버스의 기사는 브레이크를 밟을, 핸들을 돌릴 생각도 없다. 그리고 그 앞엔 당장 버스를 멈출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손에 손잡고 진을 치고 있는 어떤 사람들이 있다”는 상황설명이 등장한다.
이어 “당신의 원망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버스기사에게 향할 것인가. 그 버스를 멈추려는 어떤 사람들을 향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마무리된다.
직접 지시는 없으나 버스기사는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이를 막고 선 사람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과대학생, 전공의 등 의료계 인물들로 쉽게 해석될 수 있다. 의대정원을 늘리려는 버스기사(정부)를 국민을 모두 낭떠러지로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할 무지한 위험인물로, 그 앞을 막아선 의료인들은 숭고한 저항자로 묘사한 것이다.
버스운전자격증과 근무 중 버스 사진 인증까지 한 이 누리꾼은 “매우 언짢은 내용을 봐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됐다”며 “본인들이 파업하는데, 왜 다른 직업군을 빗대어 자신들과 반대입장을 비하하는데 이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버스 운전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불쾌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라며 “자신들의 직업이 존중받고 싶다면 타 직업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도 적었다. 이 누리꾼은 “이번 파업을 비난할지라도 모든 의사를 비난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마찬가지로 다른 직업군도 이유 없이 비난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업이 가지는 사회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댓글에도 “자기 직업이 존중 받고 싶다면 적어도 다른 직업을 깔보면 안되는 법”이라며 구태여 반대하는 대상을 버스기사로 설정한 홍보물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내용 자체도 지나치게 극단적이라 공감이 어렵다는 비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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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꼰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주도했다가 사과를 한 일이 있다. 당시 ‘덕분에 챌린지’에 쓰인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를 뒤집은 손동작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남을 저주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부정적인 의미라 한국농아인협회에서 공식 항의한 까닭이다.
이 챌린지가 ‘덕분에 챌린지’ 취지 자체도 훼손하다는 비난도 있었던 터라 의대협은 결국 농인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손동작 사용을 중단했다. 다만 사과 당시 의대협은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이라 차용했다”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 맥락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해명을 해 씁쓸함을 남겼다.
수어를 사용한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챌린지’가 의료진은 물론 방역에 힘쓴 모두에 감사 표시를 하는 운동이므로 의대생들이 독점할 수 없다는 점 등의 지적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3000명이 넘는 관련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8.21~젊은의사 자가격리” 텔레그램 단톡방에서는 같은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구급대원 등 집단을 비하하는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가 하면, 최근 확진자 급증 사태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방하는 내용까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이같은 집단 자의식 과잉이 여론 악화에도 파업을 강행하는 배경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