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격차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 등록 2020-10-27 오전 6:00:00

    수정 2020-10-27 오전 6:00:00

[목멱칼럼] 모호한 듯 했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란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됐다. 처음에는 디지털 기술 자체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3D 프린팅 같은 기술들 말이다. 이제는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경제행위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투자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격차 해소에는 소흘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시장은 크게 활성화됐다. 온라인 주문의 급증으로 택배물량도 급증했다. 당분간 이 추세는 꺾일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급증한 택배물량을 수송할 도로나 철도와 같은 오프라인의 교통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경제의 확산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상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해도 오프라인에서 실물의 이동이 과도한 정체로 인해 거북이 걸음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통인프라 투자도 필요하고, 교통인프라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율적인 수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와 실물경제 간의 디지털 격차는 물론이거니와 실물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산업부문 간의 디지털 격차 해소도 중요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성도 높은데 수많은 산업 중에서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수준이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지난 20여년간 답보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조금만 더 디지털화해도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더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디지털화가 뒤처진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면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연관된 산업전체의 생산성도 더 향상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부문 간의 디지털 격차 해소는 전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건설산업 내부에도 디지털 격차가 있다. 설계나 엔지니어링과 같은 영역은 좀더 쉽게 디지털화가 가능하다면, 노무인력의 현장시공에 기초한 전통적인 건설생산방식은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건설생산방식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모듈러 건축을 비롯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였던 중국 우한에서는 올해 1월 모듈러 건축을 활용해 10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불과 열흘만에 건설하기도 했다. 우리도 LH공사의 공공임대주택 등을 비롯한 일부 시설물에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 관련 법과 규제는 현장시공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설생산방식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자 한다면 관련 법과 규제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대기업과 중견 및 중소기업 간의 디지털 격차도 심각하다. 상당수 대기업은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서 몇 년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온 사례가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조차 투자 여력이 미약한 탓인지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더딘 기업들이 많다. 또한 대형 건설사와 대형 설계사나 엔지니어링사 간에도 디지털 격차가 있다. 디지털화 수준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간의 디지털 격차가 방치된다면 기업간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역 격차,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 격차와 소득 격차는 디지털 격차로 인해 다시 새로운 형태로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선도적인 영역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뒤처진 영역의 디지털 격차 해소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디지털 격차 해소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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