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M&A]커피에 이어 빵과도 이별 준비하는 CJ푸드빌

2019년 투썸플레이스 매각에 이어
새해 뚜레쥬르 매각 작업도 끝자락
실적 악화에 그룹 내 체질개선 속도
칼라일 새주인 유력…새도약 관측도
  • 등록 2021-01-23 오전 10:00:00

    수정 2021-01-23 오전 10: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사람들에게 CJ(001040)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 물었다고 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관이나 CJ ENM(035760)을 떠올리며 영화나 드라마라고 답할 것이다. 탄탄한 시장점유율에 ‘햇반’이나 ‘비비고’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앞선 대답의 연장 선상이지만 수년 전만 해도 CJ그룹 하면 떠오르는 것 하면 먹거리였다. 과거 설탕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시킨 점도 있지만 다채로운 먹을거리로 유통업계에서 입지를 굳히며 택배사업이나 미디어 수위 사업자로 발돋움한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 2위 베이커리 체인을 보유한 뚜레쥬르도 예외는 아니다. 뚜레쥬르 제과제빵 기술을 디저트에 접목해 커피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투썸플레이스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의 사실상의 ‘원투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뚜레쥬르 매장 내부 (사진=CJ)
커피와 빵 향기가 진동하는 것도 잠시. 현재는 상황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CJ푸드빌은 2019년 4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피파트너스에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2025억원에 매각했다. 해마다 조여오는 실적 압박에 그룹 내 체질개선이 시동을 걸면서 CJ푸드빌 내 최고 효자 계열사 매각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뚜레쥬르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다. 매각 부인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딜로이트 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 등을 대상으로 매각작업에 나섰지만 실사 과정에서 일부 원매자들이 이탈하며 장기화 국면을 맞기도 했다.

CJ그룹 측은 지난해 11월 10일 “뚜레쥬르 사업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연내 본입찰을 예정하고 있다”고 공시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현재는 미국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유력 원매자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지난해 7월 한국계 이규성 공동대표가 단독대표에 오르며 글로벌 기업 첫 한국계 단독 CEO로 화제를 모은 회사다.

시장에서 보는 뚜레쥬르 예상 매각가는 2700억원이지만 변경의 여지는 남아 있다. 당초 CJ그룹는 희망매각가로 3000억~4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외식업계 불황이 짙어지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뚜레쥬르를 넘어 CJ푸드빌 통매각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CJ푸드빌이 보유한 외식 브랜드로는 투썸플레이스와 뚜레쥬르 외에도 △빕스(42개 매장) △더플레이스(14개 매장) △제일제면소(14개 메장) △엔그릴(서울 남산타워) 등이 있다.

남아 있는 외식업체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총망라한 ‘패키지 딜(Package Deal)’로 규모를 키운다는 것이다. CJ그룹측은 통 매각설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은 그은 상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CJ푸드빌 핵심자산 매각 이면에는 CJ그룹의 중장기 플랜이 깔려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2조원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안스를 인수했다. 사실상 국내외 HMR(가정간편식) 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한 상황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외식 매물 매각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미디어 업종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대표되는 해외 자본의 공세가 무섭다. 아낌없는 투자로 일궈낸 극장·배급 사업도 코로나19로 주춤하자 선택과 집중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유력 원매자로 떠오른 칼라일 입장에서는 국내 2위 베이커리 체인 확보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과거와 비교해 뚝 떨어진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드라마틱한 성장을 바라긴 어렵지만 차별화된 마케팅과 메뉴 다양화, 배달 시스템 도입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 AUM(자산운용규모) 260조원을 넘어선 칼라일 입장에서는 재무나 마케팅 개선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칼라일을 비롯한 국내외 PEF들은 실적 개선을 통한 밸류에이션 극대화를 이끌어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수조원을 오가는 라지캡 매물도 아니란 점도 인수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오랜기간 함께 했던 외식 매물을 하나 둘 떠나보내는 CJ푸드빌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 될까. CJ그룹이 구축했던 ‘음식마을’이 업계 안팎의 예상처럼 해체 수순을 밟을 지, 아니면 새 마을을 꾸려 재도약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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