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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구의 구위와 구속이 좋아졌고 슬라이더나 커브 등 서드 피치의 구사력이 향상된 것 등이 메이저리그 첫 해의 성공적 적응 이유로 먼저 꼽히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을 지금의 위치에 있도록 만든 배경엔 단연 체인지업이 자리하고 있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던져 우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서 직구와 똑같은 궤적으로 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해내는 가장 위력적인 구종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네 번째 7승 도전 경기이던 2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서는 체인지업이 좀처럼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8개의 안타와 4개의 볼넷. 12명의 주자를 내보내고도 1점밖에 주지 않은 위기 관리 능력은 칭찬 받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만루 피안타 0’의 안정감 있는 기록도 이어갔다.
이날 류현진은 모두 20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 중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6회 투수인 9번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로 볼 카운트 1-2에서 던징 5구째 던진 공이 유일하게 타자를 속인 체인지업이었다. 나머지 14개는 상대의 배트에 맞거나 볼이 됐다.
8개의 안타 중 3개가 체인지업이었다는 점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물론 3회 산도발의 3루 내야 안타 1개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가장 많은 비율의 안타를 맞은 공이 체인지업이었다는 점은 류현진 답지 못한 대목이다.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특별히 높은 편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 큰 문제는 볼이 된 공이 12개나 됐다는 점이다. 상대의 타이밍을 뺏거나 헛스윙을 유도해내는 구종으로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지난 두 경기를 통해 류현진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날이 벌써 세 번째 대결이었다. 류현진의 습관이나 볼 배합 특성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터. 그만큼 장기인 체인지업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오는 30일 만만찮은 상대인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7승에 다시 한번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나흘간의 휴식기 동안 주무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