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사(寺)’ 꼬리표 떼려는 한은 반갑다

  • 등록 2020-10-30 오전 5:00:00

    수정 2020-10-30 오전 5:00:00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한은 제공)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 3분기 우리 경제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긴 1.9%의 성장을 달성했다. 일찌감치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한 글로벌 투자은행이 ‘놀라운 실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을 놓고 혹자는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 칭찬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엄밀한 경제학적 정의에 따라 우리 경제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분석하고 평가하려 할 것이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해 훈수를 두자면 “회복궤도에 올라섰다”고 평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도 맞고 “V자 회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한국은행의 분석도 나름 의미가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것은 여전히 우리 경제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오죽하면 조용한 절간에 비유해 ‘한은사(寺)’라고 꼬리표가 붙었을까. 한은이 우리 경제에 대해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역사는 매우 짧다.

시장이 경기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시장과의 소통은 한은의 주요 책무 중 하나다. 주요 경제지표의 집계 기관을 정책 기관과 분리한 이유도 한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기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라고 내어준 것이다. 성장률은 정부의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통계를 통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됐던 한 여당 의원의 “정부에 왜 훈수를 두느냐.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발언은 그저 독립성을 ‘너 따로 나 따로’ 식의 사전적 의미로 잘못 혼동한 데서 나온 것일게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부총리와 경기를 진단하고 조율하는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를 놓고 온도 차이를 보였다. ‘고용안정’을 정책목표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은은 앞으로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해 소신있게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것이 시대적 흐름에도 맞다. 이런 온도 차가 유독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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