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기업들이 알아서 체질개선을 하든 살아남으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지면 중국 정부가 결국은 개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中 반도체 자존심부터 국유기업 ‘와장창’
26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 주재로 중국 국무원은 회의를 열고 최근 기업들의 디폴트 사태를 야기한 ‘뻥튀기 신용평가’에 대해 엄벌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무원은 “종합적으로 법 체계를 정비하고 문책 제도를 강화해 법에 따라 허위 신용등급 등 행위를 엄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디폴트 사태의 시작은 칭화유니였다. 1988년 설립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잡은 칭화유니는 지난 16일 만기가 닥친 13억위안을 갚지 못했다. 회사는 부랴부랴 채권단에 6개월이라도 시간을 유예해달라 요청했지만 향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근거가 없다는 채권단의 판단에 결국 디폴트를 맞았다. 칭화유니는 중국 신용평가사 청신국제로부터 AAA(현재 AA, 하향검토)까지 받았던 기업이다.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채권시장인 중국에서 디폴트가 연이어 터지자 글로벌 금융업계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중국 시장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중순까지 발생한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는1263억 위안에 이른다. 연말까지 디폴트가 추가발생하면 지난해 규모(1494억위안)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대마불사’ 원칙을 적용하며 기업 지원에 나서기보다 각자도생을 하라는 입장이다. 실제 칭화유니는 디폴트 직후 채권단을 만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라며 정부 지원설을 흘렸지만 금융당국은 끝내 개입하지 않았다. 융청메이덴의 디폴트 과정에서도 지방정부가 회사와 채권단의 만남 정도만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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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뽑아든 것은 과잉공급 상태 기업들을 이참에 정리하려는 속내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4조위안을 투입하는 일명 대수만관(大水漫灌, 물을 대량으로 푼다) 방식의 부양책을 내세웠고 당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지방정부 역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이유로 필요없는 좀비 기업들을 양산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며 공급과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자 중국 중앙정부의 태도는 바뀌었다. 중국 금융발전위원회는 최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무 회피를 처벌하겠다”면서 “채권 사기발행, 허위정보 공개, 자산의 악의적 양도, 자금유용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을 향해서도 스스로 개혁을 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 정리해고의 시작이다.
중국은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에게도 문을 열었다. 지방정부의 ‘묵시적 지원’만 믿고 높은 신용등급을 마구 남발하던 중국 신용평가사의 관행도 바로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국유기업의 디폴트가 이어지면 내년 께 결국 개입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제시한 만큼, 채권 시장에서 돈을 빼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선택은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잡초 잡겠다고 불을 피웠다가 자칫 산불이 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