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방사광 가속기 잡아라..지자체 왜 뛰어드나

충북 오창, 전남 나주, 인천 송도, 강원 춘천 유치전 치열
신약·소재 개발에 활용성 높아..내년 구축 개시 목표로 작업중
  • 등록 2020-01-29 오전 7:00:00

    수정 2020-01-29 오전 7:00:00

과학기술은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 과학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데일리는 과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격주로 연재되는 ‘과학 수요카페’는 과학계 이슈를 다루는 ‘지금 과학계에서는’ 코너를 비롯해 주목을 받거나 한계를 돌파한 인물을 소개하는 ‘브레이크스루’,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과학이야기를 소개하는 ‘과학계 빅퀘스천’ 코너로 구성, 독자들을 만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대규모 연구시설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뜨겁다. 정부가 1조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 올해 중으로 입지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북 오창과 전남 나주, 인천 송도, 강원 춘천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을 이용한 극미세 가공이나 현미경처럼 극미세 물체를 분석하고 물리적·화학적 성질과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시설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강력한 세기를 가진 다양한 에너지의 빛이 발생하는데, 이 빛을 미세한 물질의 특징을 분석하는 곳에 선택적으로 사용해 산업화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 양성자가속기가 기초과학 연구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방사광가속기는 신소재 개발부터 바이오·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성이 높다. 한 지자체의 조사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는 6조원의 생산 효과를 유발하고, 연간 5000명의 연구자가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일본 수출규제로 급부상..개념설계 진행중

방사광가속기가 이슈화된 것은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부터다.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정부에서 핵심 연구시설로 방사광가속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사광가속기 착공 주문에 이어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 건설 필요성을 승인해 작년 가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와 개념설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개념설계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광이용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내년 착공을 목표로 올해 4월 총선 이후 방사광가속기 입지 결정과 예비타타당성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도입

현재 세계적으로 첨단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시설로는 스웨덴 MAX-IV, 브라질 SIRIUS, 미국 NSLS-II, 중국 SSRF, 프랑스 ESRF-U 등이 있다. 또 일본 SPring-8, 미국 APS, 영국 다이아몬드 가속기 등도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가속에너지 6 GeV(기가에너지볼트), 원주 둘레 1.5km급 고에너지 초대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예산, 입지조건, 빔라인 활용도 제고, 산업지원 고도화 등을 이유로 4 GeV, 둘레 800m, 피코미터급 빔크기를 가진 4세대 첨단원형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활용성이 높다. 당장 일본에서는 도요타, 닛산, 스미토모 등 13개 기업이 자체 빔라인을 구축해 자동차, 전자, 철강, 전기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사광가속기에 자체 빔라인을 구축해 신약개발을 위한 단백질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3기의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버클리대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방사광가속기를 애플에 납품하는 칩 공정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구제역바이러스 분석에 활용된 영국 가속기. 방사광가속기는 세계 최초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돼지 구제역 백신 개발, 비아그라 등 신약개발에 활용됐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건설에 5년 이상 소요..가속기 전문가들 “늦었지만 조속히 건설해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사광가속기 구축 질의에 대해 “과학계와 산업계의 가속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로드맵을 마련해 개념 설계와 필요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포항에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인 PLS-II와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PAL-XFEL)가 설치돼 있다. 지난 1995년 이용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5개 빔라인에서 4000여명의 운영자가 이용하고 있다. 각종 논문과 특허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용자 포화와 노후화로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994년 건설된 PLS-I을 2011년에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사용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고, 연구자들의 실험 신청이 몰려 요청 건수에 비해 한정된 연구자만 빔타임을 배정받아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는 선형적 구조로 구축돼 동시 사용가능한 1개 빔라인으로 제한돼 있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를 도입해 사용자를 분산시키고, 빔라인을 다수 구축해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건설부터 활용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설계에 1~2년, 건설에 3~4년, 시운전 1년을 포함해 최소 5년 이상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당장 건설에 돌입해도 2026년 이후에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반대하기도 한다. 가속기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을 기초과학 연구비로 배분하고, 해외에서 실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연구 특성상 보안과 절차 등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은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은 한국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승격시켰고, 후속 방사광가속기 건설이 10년 전 결정돼야 했지만, 교체 시기가 경쟁국가들과 비교해 뒤쳐졌다”며 “소재, 부품, 장비에 일회성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비전을 갖고 방사광가속기를 건립해 연구기관과 기업체를 지원하고, 전문 과학인력을 양성해 국가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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