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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필수 노동자’를 아시나요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 등록 2020-09-25 오전 6:00:00

    수정 2020-09-25 오전 6:00:00

코로나19는 사람의 일상적인 삶을 확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비대면 접촉이 확장되고 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방구석 여행을 일상화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활동을 하는 홈코노미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을 통한 접촉을 뜻하는 ‘온택트’가 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가 어려워졌다. 제4차 산업혁명을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키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대면 접촉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분야는 여전히 많다. 요즘 우리가 매일 겪고 있듯이 감염 위험 속에서도 보건의료, 보육, 돌봄, 안전, 치안, 교통, 물류, 배달, 택배 등의 일들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났다.

이처럼 감염병을 비롯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일상적인 사회생활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선진국에서는 ‘에센셜 워커’(필수 노동자) 또는 ‘키 워커’(핵심 노동자)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들의 위험한 노동 덕분에 우리는 하루하루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필수 노동이라는 용어 자체와 그 개념에 대해 모르고 있다. 필수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함으로써 당연히 이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과 과로에 시달리게 한다.

대표적인 필수 노동자인 보건의료 분야, 돌봄 분야, 배달, 택배 분야 노동자들의 실태를 살펴보면 열악한 이들의 실상을 뚜렷이 보게 된다. 우선,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 가운데 최근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간호사의 85%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78%는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인력 부족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인력 충원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돌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매나 노인성 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돌봄 노동 자체가 존중받지 못할뿐더러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고용불안과 고용기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점차 초고령사회로 바뀌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돌봄 노동에 대한 척박한 사회 인식은 향후 어르신 돌봄 대란이 일어날 확실한 요인이 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배달, 택배의 경우를 보면, 배달 노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은 아예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 고용보험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를 보면, 택배 노동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이나 되며,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6.2%가 ‘30% 늘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택배 노동자 7명이 과로로 숨지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이들의 수입이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위험수당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모든 필수 노동자에게 주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안전한 일상적 삶을 지탱케 해 주는 노동을 ‘선택’이 아닌 ‘필수’ 노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먼저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 성동구가 지난 9월 10일에 ‘필수 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여 첫발을 뗐다.

그러나 기초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역단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을 보장하는 제도 장치 마련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 남달리 분투하고 있는 이들 필수 노동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관한 국가의 제도 장치를 시급히 구축하게 하는 일에 우리 모두 힘을 보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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