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규제혁파③]코로나19로 한 발 뗀 '비대면 진료'…아직 '산 넘어 산

감염병 상황서만 한시적 적용…의료법상 여전히 '불법'
의료계, 비대면 진료 '4대악법'으로 규정하며 반대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원격의료 본격화
의료계 반대로 국내서만 제자리걸음
한시 허용으로 환자·의료계 경험 쌓이는 점 긍정적
  • 등록 2021-01-06 오전 5:30:00

    수정 2021-01-06 오전 9:57:15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지난해 말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데 이어 신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일성을 통해 재택의료와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원격 진료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원격 진료를 강력히 반대해온 의료계의 입장이 여전히 완고하고 의료진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불법으로 규정한 의료법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규제완화까진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 원격 의료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며 각국이 앞다퉈 원격 의료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선 의료체계 개선을 통해 국내에도 원격진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 상황서만 한시적 허용…위기 끝나면 ‘제자리’

지난해 말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심각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감염을 예방하고 의료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감염병 위기대응이 ‘심각’인 단계에서만 전화와 화상통신을 활용한 상담과 처방만이 가능하도록 규정했고 비대면 진료의 지역이나 기간, 범위 등은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허용 절차를 명확히 했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만 시행됐고, 규제특구에서도 의료계 반발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문제는 감염병 상황이 끝날 경우 그나마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원격 의료 역시 물거품이 된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이(자료=보건복지부)
의료계, 비대면 진료 ‘4대악’으로 규정하며 반대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과 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만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2010년, 2016년 등 법안 발의 때마다 의료계의 강력 반발에 법 개정이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규제특구를 설정해 원격 의료 사업을 추진했으나 실증사업에 참여한 병원이 동네 의원 단 한 곳에 그쳐 사업이 수개월 연기되기까지 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역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의료계는 원격 진료를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는 원격진료를 포함한 4가지 의료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감행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도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4대악 의료정책을 철저하게 막아내겠다면서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정부는 지난해 9월 의협과 ‘의정협의체’를 마련하고 비대면 진료 등 의료 정책을 의료계와 협의 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격 의료 경험 확대에 변화 기대 …“제도마련 등 점진적 접근 필요”

일각에선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로 환자와 의료진의 원격 의료에 대한 경험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이 같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원격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 의료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8480개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108건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환자 기준 11% 정도에 머물렀던 원격 의료 서비스 활용률이 코로나19 이후 46%로 증가했으며 의사와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이용 또한 50~175배 증가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서도 영국의 경우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를 통해 이뤄지는 한해 3억4000건의 주치의 진료 중 1%에 불과했던 원격진료가 코로나19 이후 매주 2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권식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의료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강화하며 의료계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비대면 진료를 위한 별도 자격을 부여하든지 추후 발생하는 문제 등에 대한 면책 등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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