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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구광모 통큰 합의..“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이달초 최-구 회장 회동 갖고 배터리 분쟁 큰 틀 의견 개진
美 행정부, 전기차 공급망 위협 사안 인식..합의 중재 나서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 격화 속 합의.."SK-LG 모두 위너"
  • 등록 2021-04-11 오전 10:58:04

    수정 2021-04-11 오후 9:31:44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2년여 만에 종식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최종 승인 과정에서도 양측 총수는 일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소송 제기로 시작된 양사 분쟁은 감정싸움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소재에 대한 10년 수입금지를 결정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을 무력화할 수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다가오면서 양사는 극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수차례 양사간 합의를 촉구했지만 불발되고 말았다. 양사 총수가 나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패권 경쟁에서 ‘K-배터리’가 주도하는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승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배임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달 5일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장동현 SK㈜ 사장이 양측 대표로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등을 돌리기도 했다. 양측은 지난달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송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전됐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양사를 상대로 중재에 나서면서 합의에 대한 입장이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너에 몰렸던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 불발시 미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2일(현지시간) 한미 안보실장 양자협의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이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간 배터리 분쟁 종용에 대한 명확한 개입 명분이 없었던 양사 총수들도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달초 회동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는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의 중재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미국 사업을 철수할 경우 한미 양국 관계까지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중대사안으로 인식됐다”며 “특히 SK로선 향후 미국 내 또다른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으로서도 향후 글로벌 사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과의 균열을 원치 않았던 만큼 LG와의 협상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뉴 LG’로 그룹의 전면 쇄신을 모색하는 구광모 회장도 소송리스크에 따른 부담 등에 SK와의 최종 합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는 등 이상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철수하더라도 ITC 소송 항소,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갈 방침이었다. 소송 관련 비용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소송을 지속할 경우 이익보다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셈이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비용 증가에 따른 R&D 투자가 위축될 우려도 있었다”며 “결국 소송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양측 모두 실리를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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