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더 잃을 것 없는 무게를 좇아…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

2019년 작
낡은 것에 드리운 '흔적의 아름다움' 옮겨
오래된 골목길이 붙잡은 '인생의 희로애락'
없어질 현실에도 없어지지 않을 애처로움
  • 등록 2022-06-18 오후 12:30:00

    수정 2022-06-18 오후 12:30:00

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사진=레이블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대한 천막으로 싸고 튼튼한 줄로 묶었다. 세월의 때가 내려앉은 누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천막은 집채를 싸도 될 크기일 거다. 혹여 그 치렁거림이 발아래서 팔랑거릴까 콘크리트 덩어리로 눌러두기까지 했다.

낡은 골목 낡은 가게, 저토록 총총하게 싸맨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싶지만, 한때 누구에게는 전부였던 거다. 그 한때의 무게를 좇아 화면에 차곡차곡 담아낸 이는 작가 손은아다.

작가는 낡은 것에 드리운 ‘흔적의 아름다움’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골목과 옛거리에 놓인 인생의 희로애락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기계는 모두 실어낸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공장, 사람들로 늘 북적였을 간판 떨어진 상가, 대형마트에 밀려 결국 문을 닫았을 동네상회 등을 따라 덤덤하게 붓길을 내는 건데. 더 이상 아무도 챙기지 않는 곳에서 주워든 서정을 쓸쓸한 회색톤으로 옮겨냈다.

굳이 ‘흔적의 아름다움’이라지만 그보단 사실 애처로움이다. ‘없어질’ 현실에 자꾸 들러붙는 ‘없어지지 않을’ 마음이 보이는 거다. 깔끔하고 환하고 각이 딱 잡힌 오늘에 말없이 꺼내놓은 부서지고 엉키고 상처 난 ‘사라지기 전의 기억’(2019)이다.

24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레이블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골목에 들어가기’(Into the Corner)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80×150㎝. 레이블갤러리 제공.

손은아 ‘신 M’(Scene M·2022), 캔버스에 오일, 118×73㎝(사진=레이블갤러리)
손은아 ‘신 K-2’(Scene K-2·2022), 캔버스에 오일, 130×80㎝(사진=레이블갤러리)
손은아 ‘사라지기 전의 기억’(2018), 캔버스에 오일, 180×150㎝(사진=레이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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