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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은 8회말 박한이의 3점홈런으로 삼성이 경기를 뒤집은 뒤 9회초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어깨에는 1점차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첫 타자로 나선 대타 김현수는 1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다음타자 정수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데 이어 오재원에게도 내야안타를 맞는 등 불안함을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중요한 고비에서 보크까지 범해 재역전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권혁을 내리고 안지만을 마운드로 올려야 했다. 안지만이 두 타자를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켰기에 망정이지 자칫 권혁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가 남을 수도 있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이나 결승홈런 악몽을 겪었던 정재훈으로선 견딜 수 없는 시련이 또 한번 찾아온 것. 정재훈이 겪어야 할 심리적 부담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1차전 부진과 상관없이 권혁이나 정재훈 모두 팀으로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이다. 팀이 이기기 위해선 이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안된다.
삼성과 두산 모두 선발투수가 강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불펜야구를 펼쳐야 한다. 그런데 불펜야구는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나사가 하나라도 풀리면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미 삼성과 두산 모두 1차전에서 이를 경험했다.
두 팀 모두 다른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이 나쁘진 않다. 결국 1차전에서 부진했던 권혁과 정재훈은 양 팀 불펜진의 마지막 숙제인 셈이다. 과연 둘 중 누가 먼저 제 컨디션을 되찾느냐에 따라 시리즈 전체 승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