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공사비, 검증대 속속…둔촌주공 등 신청 잇달아

  • 등록 2019-11-18 오전 7:40:00

    수정 2019-11-18 오전 7:40:00

[이데일리 조지수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재건축은 속도도 안 나는데 도대체 왜 공사비만 수천억씩 오르나. 이참에 바가지 공사비가 맞는지 아닌지 확실히 가려냈으면 좋겠다.”(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한 조합원)

‘고무줄 증액’ 논란이 끊이지 않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공사비가 검증대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을 만든 가운데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에 불만을 표해온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잇따라 검증기관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검증 업무 시작 한 달도 채 안된 17일 현재 조합 3곳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조만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검증 수수료가 비싼데다 절차상 사업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검증기관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잖다.

10월 말 법 시행 후 벌써 3곳 신청…둔촌주공도 곧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근거해 지난달 24일부터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늘어난 정비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 규모가 5% 이상(사업시행인가 이전 시공사 선정하는 지방 사업장은 10%이상)인 경우 의무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기관은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두 곳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미 조합 3곳이 감정원에 검증을 신청한 데 이어 둔촌주공 조합도 조만간 검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둔촌주공은 다음달 7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임시총회를 앞두고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임시총회에서 변경된 공사비 안건을 처리하기 전 검증 신청을 서두르겠단 태세다.

둔촌주공은 사업비가 10% 이상 크게 늘어 공사비 검증 의무 대상에 속한다. 2016년 현대건설·HDC현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과 2조6780억원 공사비를 계약했지만 최근 컨소시엄이 내민 공사비는 이보다 4307억원(상가 공사비 제외) 늘었다. 3년 새 16% 정도 증가한 규모다.

이를 두곤 조합원들과 시공사의 입장이 갈린다. 한 조합원은 17일 “층고가 0.1m 낮아지고 지하주차장이 4층에서 3층으로 줄어드는 등 공사비 인하 요인이 있음에도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관계자는 “3년 전 계약 때보다 926가구가 늘었고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물가인상 등의 요인 때문에 공사비가 늘어난 것”이라며 “물가상승률 등을 그대로 반영하지도 못해 실제 공사비보다 총액 2000억원 정도 낮게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처럼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골치를 앓는 사업장들은 잇달아 감정원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 관계자는 “시공사가 서류 몇 장 내밀면서 조합에 추가 공사비 몇백억을 요구해도 조합은 이를 검증할 정보가 없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조합원 20% 이상이 원하거나 공사비가 일정부분 늘어난 사업장에서 검증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100일 검증에 사업 지연” vs “바가지 공사비 걸러야”

하지만 업계에선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이 제도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사업을 일부러 지연시킬 공산이 있다고 본다. 전체 또는 증액 공사비가 1000억원 미만일 경우엔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 1000억원 이상이면 90일 이내로 검증 처리기간이 정해져 있다. 부득이한 경우 10일 이내에서 1회 연장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둔촌주공만 해도 검증 기간이 최대 100일 걸린단 얘기인데 4월 말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까지 모든 절차를 맞출 수 있을지 빠듯해질 것”이라고 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대 기간을 정한 것이므로 둔촌 주공이 검증을 받아도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시공사에 과도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착공 직전에 작성하는 실시설계도면, 구조 설비 공법 검토서, 물량산출서 등의 서류는 제출이 불가능하다”며 “기본설계도면으로 대체하도록 해주고 시공자와 조합간에 협의한 서류 및 관련 자료 제출로 갈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원 측은 “열거한 서류를 모두 내란 건 아니다”며 “검증에 필요한 서류만 내면 된다”고 했다.

검증 수수료의 적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조합원들에 검증 비용을 전가해 결국 사업비를 다시 올리게 만든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검증 수수료는 500만원(증액 공사비 10억원 이하)부터 시작해 공사비 증액 구간별로 늘어난다. 10억~50억원 구간은 500만원에 10억원 초과액의 0.004%를 더하고, 50억~100억원 구간은 2100만원에 50억원 초과액의 0.0025%를 더하는 식이다. 최고 구간인 200억원 초과엔 4850만원에 200억원 초과액의 0.0005%를 더한다. 둔촌주공의 경우 아파트 공사 증가분의 검증비는 2억5000만원 수준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한 조합원은 “어디에 쓰는지 모를 수천억원이 더 들어갈 판에 제대로 검증만 된다면 그 돈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이제 막 공사비 검증부서를 따로 만든 감정원이 공사비 검증을 전문성 있게 할 수 있느냐 여부는 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꾸준히 해왔던 일이 아니니 결국 검증 대부분을 용역에 맡길 것”이라며 “정부 입김도 있을 것이고 수수료도 받았는데 검증과정에서 뭐라도 잡아내려 기를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법이 바뀌기 전에도 요구하는 정비사업장들엔 공사비 검증을 해왔다”며 “부분적인 용역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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