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식 빚투 뒷짐진 당국

  • 등록 2020-08-19 오전 6:00:00

    수정 2020-08-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동학개미나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도 투기세력의 일종”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식 투자를 했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세제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동학개미운동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개미의 ‘빚투’를 더 언급하지 않거나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이 비운 자리를 메우며 어려운 시기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말을 바꿨다.

개미들은 이런 메시지를 빚내서 주식투자 하는 걸 막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실제 7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7조6000억원으로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상당금액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추정된다. 신용공여융자 잔액은 이달 들어 15조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지난해 평균 잔액인 9조7000억원에 비해 50% 넘게 증가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억제해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은 집값 안정을 이루고 실물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그렇듯 주식 시장도 실물경제와 괴리가 있고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과열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열기를 식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발언 때문에 당국이 제때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충격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부풀어 오른 주식시장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강타해 빚투에 나선 개미투자자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으니 미리 대비가 필요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