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폭발 '1500년 전 신라인 무덤' 발굴 생중계, 준비는 어떻게?

현장감 위해 촬영 품질·구도 관건
기획단계부터 치밀…시선처리부터 억양까지 연습
"접근하기 어렵던 발굴 현장, 장벽 낮췄다"
  • 등록 2020-09-18 오전 7:00:00

    수정 2020-09-18 오전 7:20:4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500년 전 신라인의 무덤은 어떻게 생겼고 그 속엔 대체 어떤 보물들이 숨어 있을까. 지난 3일 신라시대 고분 유물 발굴 현장이 사상 최초로 유튜브에서 생중계됐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던 유물 발굴 현장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금동관부터 각종 장신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실시간 최다 시청자는 2800명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관련 영상에서 조회수가 1000명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17일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는 6만 7000회다.

생중계를 기획했던 이현태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추진단) 학예연구사는 “처음에 준비할 땐 500명만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큰 관심에 놀랬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 중 첫 생중계된 유물 발굴 현장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거저 얻어진 결과가 아니었을 터다. 이 학예연구사에게 첫 생중계를 위한 준비 과정을 들었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난 3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경주 황남동 120-2호분 무덤 발굴 현장 공개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유튜브 영상 캡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결정한 생중계 방송

생중계를 결정한 건 지난 8월 경북 경주 황남동 120-2호분 무덤에서 6세기 전반에 제작된 장신구 일체가 발견되면서다. 해당 무덤은 지난 5월 고분에서 흔히 발견되지 않는 금동신발이 발견되면서 이미 한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었다.

추가 조사에서 이번엔 피장자가 착장한 상태 그대로 묻혀 있던 장신구들이 확인됐다. 머리에는 금동으로 만든 관을 썼고 양쪽 귀에는 굵은 고리 귀걸이를, 발 쪽에는 금동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 학예연구사는 “직감적으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만한 귀한 유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공개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태풍으로 인해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발견된 유물 대부분이 금동 소재로 이뤄져 있어 마냥 공개 일정을 미루기에도 부담이 있었다. 금속품의 특성상 시간이 오래 지나게 되면 손상, 부식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몇십 년 만에 중요한 성과가 나왔는데 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논의 과정을 거쳐 온라인 중계를 하게 됐다.

◇온라인 중계 관건은 ‘고퀄리티 영상’

유튜브 생중계를 결정은 했지만 한 번도 경험이 없었기에 막막했다. 준비 과정에서 관건은 유물을 얼마나 선명하게 영상에 담아낼지였다. 조금이라도 영상 퀄리티가 떨어지면 이용자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근 국립 경주 문화재 연구소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촬영장비를 갖춘 것은 물론 다양한 영상 촬영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이 학예연구원은 “국립 경주 문화재 연구소에서 흔쾌히 도와줘서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며 “드론 촬영 모습, 유물 확대 모습 등 어떤 부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포인트도 알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회 채팅창에는 “영상 퀄리티가 너무 좋아요”, “실제 현장에서 본 것보다 더 실감나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생중계에 앞서 두 차례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예행연습을 하면서 연구사가 발굴 현장 사무소에서 자료를 통해 설명을 하고 직접 무덤 현장으로 걸어가는 시간을 계산하니 1분이 걸렸다”며 “한숨 돌릴 시간까지 포함해 중간에 2분짜리 클립 영상을 편집해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기예보에 온라인 설명회 당일 경주 지역으로 태풍이 지나가는 것으로 돼 있어서 현장 발굴 영상은 미리 촬영본을 준비해 두기도 했다.

심지어는 어색한 카메라 시선처리와 사투리 억양까지 고치기 위해 연습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보기에 경상도 억양 사투리가 어색할 수도 있어서 일주일간 매일 표준어 연습을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지난 3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경주 황남동 120-2호분 무덤 발굴 현장 공개회 영상 모습(사진=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신박한 무덤 공개와 질의응답에 ‘폭발적 반응’

철저한 준비 끝에 이뤄진 첫 발굴 현장 생중계는 성공적이었다. 실시간 채팅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발굴현장 보게 되네요! 너무 설레요” “유물 연구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비가 와도 발굴조사는 하나요” “일반인도 발굴조사에 참여할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학예연구원은 “지금까지 기자나 학계 전문가에게만 초점이 맞춰줬던 발굴 현장 설명회를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기에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며 “지금껏 고고학이나 발굴과 관련해 궁금하지만 어디서 물어볼 수 없었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해준 점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온라인 공개 후 여러곳에서 비슷한 포맷으로 현장 공개회를 하고 싶다며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며 “우리도 앞으로 온라인 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경주 황남동 120-2호분 무덤 발굴 현장 공개회 실시간 채팅에 올라온 댓글(사진=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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