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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기업하는 죄

  • 등록 2020-09-29 오전 6:00:01

    수정 2020-09-29 오전 6:00:0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얼마 전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집단소송제 추진으로 인해 기업인들의 걱정이 커졌다는 기사를 쓴 직후였다. 사회 약자의 편에 서야 할 기자가 기업을 대변하고 있다고 독자는 꾸짖었다.

미안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지는 반기업 정책 속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경기를 뛰고 있는 게 바로 기업인들이고, 이들이 바로 약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등장하는 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에다 미·중 갈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기습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여론이 많다. 재계에선 “기업 하는 게 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을 보면 기업인들을 죄인으로 만들지 못해 혈안이 된 것 같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소액주주나 일반 시민의 소송에 기업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도 마찬가지다. 블랙컨슈머와 악의적 법률 브로커 등이 활개를 치면서 소송 제기만으로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하고,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재계도 이를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각종 부작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만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기업인들은 경영을 잘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관심을 쏟아야 할 판이다.

기업인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는 검찰의 수사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1년 9개월에 걸친 수사에서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공소사실에 업무상 배임죄를 느닷없이 추가하면서까지 기소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도 무시했다.

국회는 또 어떠한가. 내달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는 여야 의원들이 증인으로 신청한 기업인들이 대거 출석한다. 국감의 목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을 파헤치고 바로잡는 것인데도, 민간 기업인들을 불러 호통을 치고 망신을 주는 일은 올해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내년도 사업 계획을 구상해야 할 시기에 기업인들은 국감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전대미문의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국이 올해 상대적으로 소폭의 역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재계가 반대하는 규제를 굳이 새로 만들어 기업인을 죄인으로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는 붕괴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만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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