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김여정 ‘삐라’ 경고장은…文정부 압박·대화 동시 시그널

金, 남북전면 재등장·권력 2인자 우뚝
대남 경고장 보낸 백두혈통 속내는
‘대북전단 살포 방치말라’ 靑 정조준
개성공단·남북연락사무소 폐쇄 언급
남북대화 재개 위한 밑그림 시각도
  • 등록 2020-06-05 오전 7:00:00

    수정 2020-06-05 오전 8:04:2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 하는 놈이 더 밉더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청와대를 향해 또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3월 3일 우리 정부를 “저능하다”고 비난한 지 약 석달만에 남북관계 전면에 재등장한 것이다. 이번에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파장은 셌다.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 뒤 약 4시간만에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남북긴장을 초래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률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백두혈통인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노선을 총괄하는 핵심축 역할을 맡아, 당내 실질적인 권력 2인자에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쓰레기·똥개”…거칠어진 김여정의 입

북한의 이방카, 정상회담의 씬스틸러(주연보다 돋보이는 조연) 등 갖은 별칭을 쌓은 김 부부장이 석달만에 내놓은 대남담화는 권력자답게 표현이 거칠고, 이전보다 파격적이었다. “나는”이라는 1인칭 화법을 쓰는가 하면, “똥개” “쓰레기”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번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는 올 3월9일과 같은 달 22일(대미담화) 이후 세 번째이자, 대남 담화로는 두 번째다. 특히 직접 ‘최악의 사태’까지 거론하는 등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릴 만큼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개인 명의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을 만들거나 단속에 나서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방치하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나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유의 비유와 직설 화법을 써가며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면서 “이런 행위가 방치된다면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초강수를 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대남 관계를 관장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대리인으로서 대외 발언을 하는 셈”이라며 “이는 남북 정상의 합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북한에서 정치적 권위가 가장 높은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김 부부장의 향후 보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 최고위층 중 우리 정부 인사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혀 왔다. 지난 2014년부터 전면에 본격 등장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2018년 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에 빠짐없이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구실을 해왔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11명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냈다.(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北아킬레스건 ‘삐라’ 남북관계 중대 변수로

북한이 9·19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남측에 대북전단 살포 규제의 법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남북관계의 중대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특히 대북비방 전단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이다. 이에 북한은 남북 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카드로 대북전단을 꺼낸 의도도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비방 전단 살포는 이전부터 북한 최고지도부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라며 “남북정상이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제2조 1항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 중지 철폐를 가장 우선적으로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으로썬 이 문제를 절대 방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도 “북한이 체제훼손과 존엄모독(최고지도자)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면서 “전단 살포가 북한에게 아픈 부분임을 우회적으로 들어내면서 개성공단 폐쇄, 연락사무소 폐지 등 남측 아픈 부분을 찌르며 우리 당국을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이전 국회에서도 대북 전단살포 사전승인법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여야 대치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업 보장을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김 제1부부장이 경고한 대로 남북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남북관계 험로를 예상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남북대화 재개 여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우리 정부의 돌파 의지와 역량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대북 전단지 살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남북관계가 달려있다”고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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