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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5번의 지침 개정에도…여전한 한국군 '미사일 족쇄'

국산 지대지미사일 '백곰' 개발로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 탄생
1990·2001·2012·2017년 이어 올해 또 개정
아직도 사거리 800㎞ 이하로 묶어 둬
  • 등록 2020-08-04 오전 6:00:00

    수정 2020-08-04 오전 9:09:39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독자적 개발체제 확립. 지대지 미사일 개발하되, 1단계는 1975년 이전 국산화를 목표로 할 것.”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12월 26일 오원철 청와대 경제2수석비서관에게 이같은 극비의 메모 한 장을 전달한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백곰’ 프로젝트다. 당시 백곰 개발에 참여했던 안동만·김병교·조태환 박사가 공동 집필한 ‘백곰, 도전과 승리의 기록’ 책은 1978년 9월 26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백곰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미사일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고 소개한다. 미국도 10년이 걸린 미사일 개발을 6년여 만에 완료한 것이다. 기술·자본·설비도 없던 우리나라의 1970년대가 이룩한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첫 국산 미사일 ‘백곰’…美 간섭의 시작

그러나 미국은 백곰 개발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냉전 당시 공산 진영과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던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첨단 무기 개발을 용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당시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이 ADD를 방문한데 이어 카터 행정부가 파견한 7명의 사찰단이 ADD를 샅샅이 뒤지면서 미사일 기술을 어느 나라에서 가져왔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특히 1979년 7월 위컴 사령관은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에게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이에 노 장관은 그해 9월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 ‘사거리 180㎞ 이내, 탄두 중량 500㎏ 이내’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게 우리 군의 미사일 개발의 ‘족쇄’가 된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생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실시한 우리 군의 미사일 실사격 훈련에서 현무-2A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표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사진=국방홍보원]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신군부는 미국의 압박에 미사일 개발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1983년 10월 북한의 ‘버마 아웅산 테러’를 계기로 전두환 대통령은 평양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지시했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것이 ‘현무’ 프로젝트다. 현무는 사방신(四方神) 중 북쪽을 지키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미 백곰의 차기 버전인 백곰-2의 미사일 설계도와 기술자료, 중요 부품 등이 있었기 때문에 1985년 9월 공개 시험발사에서 ‘북방의 수호신’ 현무의 개발이 완성됐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은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 10월 두 번째 한미 미사일 지침을 체결한 배경이다. 사거리 180㎞ 제한 뿐만 아니라 탄두중량 500㎏ 이상의 어떤 로켓 시스템도 개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가 핵무장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각서였다. 핵탄두를 만드는 최소한의 중량이 500㎏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거리 800㎞’ 제한

이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와 맞물려 한미는 2001년, 2012년, 2017년 세 차례 개정을 더했다. 특히 지난 달 중순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거리 800㎞의 현무-4는 탄두중량 제한 해제 합의로 2t 이상의 탄두를 탑재한다. 유사시 최후방 지역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00m 깊이의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지난달 28일에는 또 한 번의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의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 고체연료 기반 로켓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해 추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뒀었는데 이를 푼 것이다. 보다 저렴하고 기술적 이점이 큰 고체연료 로켓의 개발로 다수의 군 정찰 위성 확보 뿐만 아니라 민간 우주산업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 대전 유성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가진 연구진과의 간담회에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사거리 ‘800㎞ 이내’ 제한은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 한국의 미사일 주권은 속박받고 있는 상태다. 만약 이를 해제하면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변국에 의한 ‘미래 위협’에 대응하려면 중·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박사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사실상 확보하고 전작권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정찰 및 타격 능력 증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추가 지침 개정은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공동 안보 위협 대응 필요성 등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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