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성세대는 2030 청년층의 결혼이 늦어지고 줄어드는 현상을 `포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취업, 연애, 결혼` 3가지를 포기한 청년들을 `3포 세대`로 불렀다. 여기에 출산율까지 급감하자 내 집 마련, 출산 등 여러 가지를 요소를 덧붙여 `N포세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은 이런 기성세대의 안쓰러움을 향해 코웃음을 친다. 포기가 아닌 `선택`을 두고도 기성세대의 입맛대로 해석해 버린 경우라는 것이다.
취업이야 장기 불황과 취업난에 포기라고 부를 수 있어도 결혼과 출산의 경우 청년층은 포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기성세대 입장에서야 결혼이 인생의 필수코스이고,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지 몰라도 청년층의 입장에서 결혼과 출산은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청년들의 생각은 비혼율 통계와 출산율 통계가 아닌, 2030 세대에 결혼 의사를 묻는 통계를 보면 잘 드러난다. 최근 들어 여러 기관에서 진행한 결혼 의사를 묻는 통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진행한 2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의 비율은 62%, 여성의 비율은 43%였다. 약 절반 수준의 미혼 남녀가 그래도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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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이달,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젊은층 비율은 이보다 더 감소했다. 응답자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20대 전체의 비율은 35%였다. 미혼 남성 전체의 비율은 40%로 그나마 높은 편이었으나 미혼 여성 전체의 비율은 22%에 그쳤다.
이는 청년층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기성세대만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오히려 결혼이 주는 의무와 책임을 압박감으로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 특히 여성 중 다수는 가부장제 등 양성 불평등 문화 등을 이유로 결혼에 대해 남성보다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윤나정(25세) 씨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쉽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풍요로운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과 친숙하게 살아온 세대인 현재의 젊은 층은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를 충분히 즐기는 것에 더 익숙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김승민(29세)씨는 “늙으면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게임하고 영상 볼 시간도 부족하다”며 “결혼하면 나만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데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나”고 말했다.
결혼이 이런 상황이니 출산은 말할 것도 없다. 결혼을 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통계청 지난 2018년 69.6%에서 68.0%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전체적인 통계가 이렇다 보니 젊은층에서 `결혼 이후 아이 출산`이라는 공식이 더욱 받아들여질 리 없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젊은 층이 결혼이라는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지 이성이나 배우자 등에 대한 관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활동반자법이 됐든 정부의 정책을 젊은층의 인식 변화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