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억원대 적자 공연 속출..'띄어앉기'에 공연계가 무너진다

1위 '킹키부츠' 매진에도 5억 이상 '손실'
고스트· 캣츠 등 대작 상황도 다르지 않아
배우· 스태프들, 임금 삭감에 쿠팡 알바도
  • 등록 2020-10-27 오전 6:00:00

    수정 2020-10-27 오후 8:28:44

‘객석 띄어앉기’를 시행 중인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최근 막을 내린 한 대극장 뮤지컬은 고민 끝에 대관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공연장 안에서 한 칸씩 띄어앉는 ‘객석 띄어앉기’(거리두기 좌석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빚만 더 쌓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작품은 약 2개월간 공연하면서 10억원 가까이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로열티, 부가세, 수수료 등을 더하면 손실 폭은 더 커진다. 이 공연의 한 관계자는 “객석 띄어앉기로 인해 회차당 1000만원 이상 적자를 봤다”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연을 더 진행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모든 공연장에 대해 ‘객석 띄어앉기’를 의무화한 방역 수칙을 2개월 이상 끌어오면서 공연계가 치명상을 입었다. 수억 원대 적자 공연이 속출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묵묵히 정부 방역 지침에 따랐던 공연계는 빚더미에 올라 망연자실하고 있다. 대형 공연제작사들의 매출 타격이 투자자, 배우, 스태프로 피해가 번지면서 공연계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다.

26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10월 모든 공연을 통틀어 예매 랭킹 1위인 작품은 뮤지컬 ‘킹키부츠’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입소문을 타고 티켓 판매가 크게 늘어 종연일(11월 1일)까지 표가 거의 동났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다. 제작사인 CJ ENM 사정에 정통한 공연계 관계자는 “‘킹키부츠’가 띄어앉기로 인해 최소 5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객석을 70% 이상 채워야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킹키부츠’는 띄어앉기로는 전 회차 매진이 돼도 제작비를 못 건진다.

뮤지컬 ‘마리퀴리’는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규모를 키워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옮기고, 약 두 달간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 옥주현을 타이틀롤로 내세워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객석 띄어앉기’ 시행 후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제작사인 라이브에 따르면 ‘마라퀴리’는 5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

이들뿐이 아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이상 에스앤코), ‘베르테르’(CJ ENM), ’고스트’(신시컴퍼니), ‘제이미’(쇼노트) 등 ‘객석 띄어앉기’ 이후 진행된 대부분의 공연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공연매출액은 170억1321만원이었으나, 객석 띄어앉기 전후로 나눠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8월 1~16일 131억514만원이었던 공연매출액이 객석 띄어앉기 시행 후인 8월 17~ 31일에는 39억807만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공연매출액은 △9월 70억1751만원 △10월 79억7561만원(24일 현재)에 그치고 있다. 한 해 전인 2019년 9월(233억953만원), 10월(299억5061만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배우, 스태프들은 20~40% 임금을 삭감하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줄어든 임금을 쿠팡, 배달의민족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메우고 있다.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객석 띄어앉기 시행 후 손실이 누적돼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사채를 끌어다 쓰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연제작사 대표는 “객석 띄어앉기가 공연계를 멸살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어렵게 일궈놓은 공연계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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