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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공연장에 대해 ‘객석 띄어앉기’를 의무화한 방역 수칙을 2개월 이상 끌어오면서 공연계가 치명상을 입었다. 수억 원대 적자 공연이 속출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묵묵히 정부 방역 지침에 따랐던 공연계는 빚더미에 올라 망연자실하고 있다. 대형 공연제작사들의 매출 타격이 투자자, 배우, 스태프로 피해가 번지면서 공연계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다.
26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10월 모든 공연을 통틀어 예매 랭킹 1위인 작품은 뮤지컬 ‘킹키부츠’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입소문을 타고 티켓 판매가 크게 늘어 종연일(11월 1일)까지 표가 거의 동났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다. 제작사인 CJ ENM 사정에 정통한 공연계 관계자는 “‘킹키부츠’가 띄어앉기로 인해 최소 5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객석을 70% 이상 채워야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킹키부츠’는 띄어앉기로는 전 회차 매진이 돼도 제작비를 못 건진다.
이들뿐이 아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이상 에스앤코), ‘베르테르’(CJ ENM), ’고스트’(신시컴퍼니), ‘제이미’(쇼노트) 등 ‘객석 띄어앉기’ 이후 진행된 대부분의 공연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공연매출액은 170억1321만원이었으나, 객석 띄어앉기 전후로 나눠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8월 1~16일 131억514만원이었던 공연매출액이 객석 띄어앉기 시행 후인 8월 17~ 31일에는 39억807만원으로 급감했다.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객석 띄어앉기 시행 후 손실이 누적돼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사채를 끌어다 쓰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연제작사 대표는 “객석 띄어앉기가 공연계를 멸살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어렵게 일궈놓은 공연계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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