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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株소설]'인플레에도 금리하락' 시장 최대 수수께끼?

테이퍼링 연기 및 부채 협상 등 수급 영향 등 '일회성' 풀이
성장 둔화 때문이란 관점선 금리 하락 자연스러워
"장단기금리차 축소 국면으로 장기물 상승 여지 적어"
테이퍼링 재료, '소멸' 시각도…"당분간 성장주 우위"
  • 등록 2021-07-27 오전 8:06:09

    수정 2021-07-27 오전 8:06:09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수급적 요인에 의해 미국채 장기금리는 급락했지만, 완만한 추세로 다시 오를 것이다”

이는 “왜 역대급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에도 금리가 빠지냐”는 최근 시장의 최대 수수께끼(conundrum)에 가장 보편적인 답변일 겁니다. 금리 하락은 숏 커버링(재매수), 미국 재무부 부채 한도 협상 등으로 수급이 꼬인 탓이지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 아웃’ 등 성장 둔화에 있지 않다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지금 금리 수준은 과도하게 낮고 경기는 계속 회복될 거기 때문에 이에 따라 천천히 오른다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해당 설명이 지속되는 약 4개월간 금리가 약 50bp(1bp=0.01%포인트)나 빠졌다는 점입니다. 지난 3월 말 금리가 1.74%에서 지난 19일 1.19%까지 내렸습니다. 4개월은 추세라고 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일까요. 이번에야말로 금리는 완만하게 오를까요.
(출처=연방준비제도)
금리 하락은 수수께끼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긴축을 앞두고 있음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로 대표되는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을, 금융시장은 수수께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BEI)과 실질금리(TIPS)의 합인 명목금리는 물가 상승이 나타나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의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매달 1200달러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고 있는 연준이 올 9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신호를 줄 텐데, 어째서 금리가 내리느냔 질문이기도 합니다. 채권시장의 큰 손이 떠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게 일반적일 텐데 말입니다.

수수께끼라고 해서 이를 풀려는 노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금리가 평시라면 오르는 게 맞을 텐데, 어떠한 이유로 지금은 일시적으로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이퍼링이 늦춰질 수 있단 안도와 수급적 요인, 이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됩니다.

테이퍼링 연기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강화되면서 완화 기조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7월 마킷 제조업, 서비스업을 합한 합성 구매자관리자수(PMI) 예비치는 59.7로 나와 4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서비스업이 전월 대비 큰 폭 둔화한 탓입니다. 델타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수급적 요인이란 건 두 가지로 나뉩니다. 미국 정부 부채가 오는 8월 1일로 법정 상한을 적용받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제한받고 있습니다. 국채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는 하락합니다. 또 한가지는 숏 커버링입니다. JP모건 서베이에 따르면 지난 6월 금리 상승 베팅 응답률이 하락 베팅 응답률 보다 30%포인트가 높게 나왔습니다. 많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채권 숏(매도)에 베팅했단 의미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스멀스멀 하락하는 바람에,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숏 포지션을 청산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대규모 숏커버가 순간 나타나며 금리가 급락하는 경우입니다. 지난 6월 초, 이달 초와 중순 며칠 만에 금리가 10bp씩 빠질 때는 여지 없이 이 숏커버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연준은 언젠간 테이퍼링을 할 수밖에 없고, 부채 한도 협상은 여야의 치열한 대립 끝에 마무리될 것이며, 숏커버 물량은 금리가 더 빠지지 않는 이상 더 나오진 않을 겁니다. 지난 3월 말 1.74%대의 금리가 지난 19일 1.19%까지 하락한 피치 못할 사정들입니다. 이러한 일회성 요인들이 사라진다면, 오르려고 했던 금리는 오른다는 전망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금리 하락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반면 금리 하락이 수수께끼가 아니란 관점도 있습니다. 일회성 요인이 작용해서 더 끌어내린 것도 맞지만, 내릴만 했기 때문에 내렸다는 주장입니다. 핵심 근거는 성장 둔화입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은 경기 둔화 신호가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일관성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성장률 피크 아웃에 대한 두려움이 지금 장기 금리를 잡아내리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회복세가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올라오는 것이라 한다면, 그런 부양책의 약발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되면 성장 역시 둔화될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데 이에 영향받는 금리가 내린다는 건 모순이란 논리에 대해선, 금리 자체보단 장단기금리차의 흐름을 보라는 반론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될 땐 성장이 기대되고 반대 경우엔 둔화가 예상됩니다. 장기금리 상승은 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마찬가지로 성장으로 읽힙니다. 다만 과거 역사를 볼 때 장기금리 추이보단 장단기 금리차가 성장, 둔화를 더 잘 맞췄습니다. 금리차가 금리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출처=연방준비제도)
10년물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미국 30년물과 2년물이 예전 경기 확장 사이클에서 300bp까지 벌어진 것에 주목합니다, 지난 5월 200bp대에서 7월 들어 160bp 안팎을 기록하는 등 300bp까진 벌어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해당 수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더 오를 거란 것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를 너무 단순한 논리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 장단기금리차 확대 범위를 두고 금리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이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는 현재 연방금리 2.00%까지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고, 올해 경기 리바운드는 강하지만, 2023년엔 성장탄력이 둔화된다는 의견이 다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같은 펀더멘털 요인을 배제하고서라도 과거 미국 장단기 금리차 확대 국면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침체 국면서 공격적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하락하며 확장되는 경우가 다수”라며 “그래서 금리차 확대 국면에선 10년물이 심지어 하락하는 구간이 더 많고, 역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2년 이하 단기금리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장단기 금리차가 본격적으로 축소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굳이 성장 둔화를 끌고 오지 않더라도 과거 장단기 금리차의 확장이 꺾이는 패턴을 보면, 성장보단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재 장단기 금리차 확대도, 장기금리의 상승도 더 진행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과반수 정도의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의견을 낸 지난 6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이후 미국 중앙은행은 방향 측면에선 긴축 전환으로 해석됩니다.

테이퍼링은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테이퍼링 연장이 10년물 금리 상승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테이퍼링이란 요인은 이미 작년 말 10년물 금리에 반영됐기 때문이란 시각입니다. 재료가 소멸해 버렸는데, 그걸 가지고 얘기하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10년물 명목금리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로 나뉘는데, 이를 한 번 더 쪼개 볼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를 기간 프리미엄과 실질단기금리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기간 프리미엄은 단기물 말고 장기물을 사서 가지고 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을 순수하게 측정한 값입니다. 지난 2013년 당시 버냉키 연준 의장이 국회에 출석해 언제 긴축하냐는 공화당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실토한 ‘테이퍼 텐트럼’ 때 10년물 기간 프리미엄은 크게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급등했습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에 어떤 요인이 특정 기간에 정확히 반영되고 소멸되는 건 아니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건 이미 작년 말 올 초 대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며 “당사 채권팀에 따르면 10년물이 오르는 건 오히려 테이퍼링 신호를 지나서 시장의 관심이 기준금리 인상에 쏠릴 때로, 연준이 금리 인상은 멀었다고 재차 강조할 시기이기도 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올 초 리플레이션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가 5월 말 10년물 금리 하락 때부터 성장주로 흐름이 넘어왔는데, 최근 지수가 조정을 겪으면서 둘 간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장기물이 상승 흐름을 타긴 어렵다는 관점에 따르면, 성장주 강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리 하락이 수수께끼였을지, 아닐지는 이 코로나19 경기 사이클이 진행되는 동안 10년물이 어디까지 오르는지를 봐야 결론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10년물이 지난 4개월간 하락하는 구간에서 미리 금리 상승에 베팅했던 채권, 주식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금리 상승이 안 나타난다면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한 2년 전쯤에도 시장에서 친환경이나 전기차 테마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었다”라며 “그때부터 내연기관이나 경기민감주를 모두 버리고 친환경만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작년과 올해 샀던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높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시장엔 금리가 상승한다는 무슨 이념 같은 게 퍼져 있는 듯하다”며 “중요한 건 상승 베팅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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