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을 충주호, 농익은 '물색'에 빠지다

9색 풍광의 '풍경길' 91km
충주호·심항산 휘도는 '종댕이길'
섬과 어우러진 억새꽃군락 '비내길'
마의태자·덕주공주 전설 '하늘재길'
역사유적지 돌아보는 '중원문화길'
'...
  • 등록 2016-09-09 오전 6:05:12

    수정 2016-09-09 오전 6:05:12

남한강·계명산 등 절경을 배경으로 만든 충북 충주의 9코스 ‘풍경길’ 중 ‘종댕이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초가을에 더없이 걷기 좋은 ‘풍경길의 총 길이는 91㎞에 달한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햇살은 따스하고 공기는 선선하다. 초가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숲길도 조용해졌다. ‘적막’이란 표현이 ‘딱’이다. 이 적막함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느림 속에 젖어들려는 것이다. 소란했던 여름과는 다른 고요한 가을숲은 단풍철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이 적막함을 제대로 느끼려면 충북 충주를 찾는 게 좋다. 충주는 예로부터 한반도의 한복판이었다. 통일신라시대에 남한강변에 7층으로 우뚝 세운 중앙탑(칠층석탑)이 그 근거다. 이 때문에 삼국시대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경상좌도에서는 죽령을, 경상우도에서는 조령을 넘어 충주로 향했다. 물길이나 육로로 한양(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다. 길 하나하나에 역사와 사연이 담긴 이유다. 그 길을 따라 산을 넘고 물을 건너다보면 여행자의 몫으로 빼어난 전망이 남는다.

◇ 적막한 초가을 호반길에 빠져들다 ·

충주는 물의 도시다. 남한강이 흐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충주호가 배후에 있다. 충주호는 한국 최대의 다목적댐이다. 호수 주변에는 월악산국립공원을 비롯해 금수산·옥순봉·구담봉 등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사시사철 변하는 모습이 푸른물과 대조를 이룬다. 풍광이 수려한 덕에 충주에 풍경길이 생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경이 넘친다.

충주호·남한강·계명산 등 절경을 배경으로 만든 충북 충주의 9코스 ‘풍경길’ 중 ‘종댕이길’.


풍경길은 9개 총 91㎞ 길이다. 충주호와 남한강, 계명산 등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만든 길이다. 초가을에 더없이 걷기 좋은 길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꿈과 희망을 키우던 자택과 관아공원, 향교 등이 어우러진 ‘반기문 꿈자람길’(7.5㎞)과 김윤후 장군의 대몽항전의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대몽항쟁길’(4.1㎞), 한국 최초의 고갯길로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하늘재길’(3.6㎞), 억새꽃이 군락을 이룬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비내섬을 볼 수 있는 ‘비내길’(21.5㎞), 전국 문화생태탐방로 10선에 선정된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는 ‘중원문화길’(23㎞), 일상에서 벗어나 도심과 가까운 산길·과수원길·마을길을 따라 걷는 ‘사래실 가는 길’(13.7㎞),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고 붙은 충주-괴산-문경을 잇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새재 넘어 소조령길’(9.1㎞), 내륙의 바다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오솔길인 ‘종댕이길’(7.5㎞), 풍광이 빼어난 충주댐 아래 강변을 따라 걷는 ‘강변길’(0.198㎞) 등이다. 9개 코스 모두 제각각 품은 이야기나 멋이 다르니 마음 가는 길을 골라 걸어도 좋다.

무학시장 옆에 위치한 ‘반선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를 복원했다.
성내동 ‘관아공원’. 중앙공원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충주읍성 내 있던 충주목 관아터에 조성했다.


관아공원 보호수인 500년된 단풍나무. 중앙공원이라고도 불리는 관아공원은 조선시대 충주읍성 내 있던 충주목 관아터에 조성했다.
가장 먼저 개통한 코스는 ‘비내길’이다. 출발점은 양성온천광장. 이곳 주변에는 능암온천랜드를 비롯해 24시탄산온천, 중원온천, 호텔유엔스파 등이 모여 있다. 비내길의 가장 큰 장점은 양성온천광장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해 트레킹의 마지막을 온천욕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앙성온천수는 피부를 매끄럽게 해줄 뿐 아니라 피로회복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름처럼 하늘로 이어진 듯한 하늘재길도 풍경길을 대표한다. 하늘재는 명승 49호다. 충주 미륵리와 경북 문경 관음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원래 계립령이라 불렸다. ‘삼국사기’와 ‘신라본기’에도 기록이 남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재는 조선시대 새재길이 닦이면서 점차 잊혔다. 당시 양반은 문경새재를, 서민들은 하늘재를 이용했다고 한다.

◇ 충주호반 따라 이어진 ‘종댕이길’

풍경길 9코스 중 이맘때 걷기 좋은 길은 종댕이길이다. 충주호반에 반도처럼 삐쭉 튀어나와 야트막하게 서 있는 삼항산(383m)을 휘도는 길이다. 충주호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동시에 자연 그대로의 숲을 즐길 수 있다. 종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충주호 근처 상종·하종 마을사람들이 삼상한을 ‘종당산’ ‘종댕이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종댕이길의 새로운 명소인 ‘구름다리’.


종댕이길은 3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거리를 다 합하면 21.5㎞에 달한다. 3코스 모두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심항산과 호수를 휘도는 핵심코스(3.8㎞)만 걷는다면 1시간 반 정도면 가능하다. 산길이라기보다 산책코스에 가깝다. 길의 시작점은 주차장이 있는 마지막재부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오솔길진입로까지 도로가 나 있는 큰길을 따라 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초가을 충주시내를 벗어나 산길이나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만날 수 있다.
오솔길로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숲이 시작된다. 숲은 생각보다 깊다. 인공적인 손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 도로를 벗어나 얼마 걷지 않아도 깊은 숲으로 들어온 듯 포근한 느낌이다. 상수리나무·신갈나무 등 참나무류의 나무가 무성하게 가지를 위로 위로 뻗치고 있다. 다양한 잡목이 섞인 숲은 야생의 분위기를 풍긴다.

발아래로는 폭신한 땅이 밟힌다. 평소에 딱딱한 아스팔트에 경직된 발과 관절이 부드러운 흙길을 만나 비로소 포근해진다.

나무가 무성한 오솔길로 호수를 향해 내려가면 작은 생태연못이 나온다. 올여름 지독한 가뭄에 바닥을 드러내 그다지 볼품은 없다. 하지만 생태연못을 지나 호반으로 접어들면 제대로 된 물이 펼쳐지는데 충주호다. 살랑살랑 부는 호수바람이 데워진 몸을 적당히 식힌다.

숲 속은 쾌적하다. 더구나 호수를 품고 있는 숲길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나른한 한낮 숲은 상쾌한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걷는 사람의 몸과 정신을 맑게 깨운다. 길 중간중간 쉼터와 조망대도 여럿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정자인 원터정을 시작으로 밍계정, 윗종댕이정 등 숲에 안겨 호수를 바라보는 2층의 정자는 쉬어가기에 좋다. 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운동화를 신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며 영롱하게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는 재미에 지루할 틈이 없다.

◇ 같은 듯 다른 충주의 맛 ‘순댓국·올갱이국’

무학시장 대우분식의 ‘감자만두’.
지역의 특색있는 시장구경은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충주는 충주천을 따라 자유시장·무학시장·공설시장·충의시장·풍물시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하나의 거대시장 같지만 각기 다른 시장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충주 전통시장의 최고 명소는 단연 순대만두골목. 자유시장에서 이어지는 무학시장과 공설시장 사이 골목에 자리한 순대만두골목은 충주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꼭 찾아가는 명소다. 순대와 만두를 파는 가게가 길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순대골목의 순댓국은 시래기를 넣은 국물맛이 일품. 팔팔 끓는 시래기국물을 뚝배기에 떠서 먹음직스럽게 썰어낸 따끈한 순대를 말아낸다. 시래기국물이라 더욱 담백하다.

지금은 시래기순댓국과 함께 감자만두가 충주의 순대만두골목을 대표하는 메뉴지만 골목이 생길 때만 해도 감자만두라는 건 없었다. 이곳에서 감자만두를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대우분식. 27년 전 자유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해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메인으로 팔다가 15년 전쯤부터 감자전분으로 만두피를 빚어 감자만두를 만들었다. 물론 ‘전통의’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도 여전히 인기다.

무학시장 왕순대만두는 여러 번 토렴해 순대국밥을 낸다.
충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올갱이국’이다. 사실 올갱이국은 충북 음식이다. 올갱이라는 이름도 충청도 사투리. 표준어로는 다슬기다. 전라도에선 대사리, 강원도에선 꼴부리, 경상도에선 고디라고 부른단다. 그러나 음식으로서 다슬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친숙한 이름은 올갱이다. 예로부터 금강·남한강·괴강 등을 끼고 있는 옥천이나 영동·충주·단양·괴산 등 충청도 내 대부분 지역에서 올갱이를 쉽게 잡아 음식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보통 올갱이국은 된장을 넣고 끌인다. 쌉싸래하면서도 향기로운 올갱이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게다가 술꾼이라면 해장국으로 얼큰한 올갱이국 한그릇을 먹으면 후회하지 않을 듯. 공해가 없는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올갱이는 간을 보호하고 숙취를 제거하는 데 효험이 있어 해장국으로 특히 인기가 높다.

◇여행메모

올뱅이식당의 ‘올갱이국’.
△가는길=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가는 방법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면 신갈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다시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올라 충주 IC에서 빠져나간다. 중부고속도로에서는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야 한다.

△잠잘곳=수안보를 제외하면 충주 시내에서는 괜찮은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호텔 더 베이스(043-848-9900), 리버호텔(043-851-2235), 충주그랜드관광호텔(043-848-5554) 정도다.

△먹을곳=올갱이국이나 올갱이무침이 먹고 싶다면 달천 옆에 자리한 ‘올뱅이식당’(043-851-2927)이 충주에서 꽤 유명하다. 충주 사람들은 ‘단월올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입구의 간판은 강변휴게소라고 적혀 있다. 순대만두골목의 시래기순댓국은 왕순대만두(043-847-5826)에서 충주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천왕’이 소개해 유명해진 대우분식(043-854-6848)은 감자만두가 별미다. 관아공원 바로 옆에 있는 ‘복서울식당’(043-842-0135)이 시래기해장국으로 꽤 알려졌다.

올뱅이식당의 ‘올갱이무침’.
무학시장 왕순대만두의 ‘순댓국밥’.
관아공원 바로 옆에 있는 복서울식당의 ‘시래기해장국’.
관아공원 바로 옆에 있는 복서울식당의 ‘시래기해장국’.
무학시장 대우분식의 ‘감자만두’.
무학시장 대우분식의 ‘김치만두’.
종댕이길의 새로운 명소인 ‘구름다리’.
초가을 충주시내를 벗어나 산길이나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만날 수 있다.
성내동 ‘관아공원’. 중앙공원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충주읍성 내 있던 충주목 관아터에 조성했다.
성내동 ‘관아공원’. 중앙공원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충주읍성 내 있던 충주목 관아터에 조성했다.
무학시장 내 순대골목.
무학시장 내 순대골목.
무학시장 옆에 위치한 ‘반선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를 복원했다.
종댕이길의 새로운 명소인 ‘구름다리’.
종댕이길 입구에서 바라본 충주호.
남한강·계명산 등 절경을 배경으로 만든 충북 충주의 9코스 ‘풍경길’ 중 ‘종댕이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