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원 매출이 5000만원으로…'마통' 쓰는 클래식 기획사들

정부 지원·금융권 자금조달도 한계
업체 500여 곳, 무급휴직·휴업 반복
긴급융자 프로그램 등 지원책 시급
  • 등록 2020-09-24 오전 6:00:00

    수정 2020-09-24 오전 10:07:54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국내 굴지의 클래식 공연기획사인 A사는 공연이 줄취소되면서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이 약 5000만원에 그쳤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5억원, 8억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지난해 벌어놓은 돈이 바닥난 뒤로는 고용지원센터의 휴업 수당 지원과 기술보증기금의 담보 대출 등으로 운영비를 조달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A사 재무담당 임원 B씨는 “은행권을 돌아다니며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클래식 공연기획사들이 고사(枯死) 직전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개점 휴업’ 상태가 수 개월째 지속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공연이 없어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데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않아 ‘돈맥경화’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기획사들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개설해 운영비를 조달하는 실정이다.

23일 공연예술경영협회에 따르면 클래식 공연기획사 500여 곳 중 상당수가 사무실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감당 못해 직원들의 무급 휴직과 휴업을 반복하는 ‘유령 기업’이 돼가고 있다. 일부 기획사들은 직원들의 근로 시간을 주 24시간으로 조정해가며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기획사들이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고용보험 지원센터의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지원 상한선이 최대 7만원이다 보니 직원들은 사실상 20~30% 삭감된 임금을 수령하고 있다. 모자라는 운영비는 기술보증기금의 문화예술지원프로그램 등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담보 대출로 조달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담보 대출마저 동났다. 대표 명의의 보험 담보 대출을 실행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등 고육지책으로 비용을 마련해 연명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빈체로·크레디아·마스트미디어 등 대형 기획사들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 등 대형 이벤트들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선지급 된 계약금, 숙박비, 항공료 등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은 탓이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취소하지 않은 공연들이 남아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 “공연이 열린다 해도 ‘객석 띄어앉기’로 인해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보면 지난해 11월 45억원대, 12월 48억원대였던 클래식 장르 공연매출은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히 줄더니, 지난 4월에는 1300만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클래식 장르 매출을 다 합쳐도 27억5962만원에 그쳐, 지난해 12월 한 달 치의 60%에 못 미쳤다.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던 클래식 매출은 이달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900만원대(22일 기준)로 다시 급감했다.

클래식계에선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최악의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연을 열 수 없어 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긴급 융자 프로그램 등의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C공연기획사 대표는 “상당수 클래식 공연기획사들이 최소한의 운영비조차 없어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저리 대출 등의 방법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져 기획사들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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