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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株소설]연준의 'SLR 규제 완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RRP 상승에 6월 30일 기준, 역레포 기구 9919억달러 유입
IOER 상승에도 SLR 규제 있으면 지급준비금 확대 어려워
"파월, 합리적 수준서 SLR 완화 고민…영구 완화 발표할듯"
"자산 증가 억제하고 있는데, SLR 완화=자산 증가로 비합리적"
"6월 FOMC IOER·RRP 인상이 가장 중요…'나비효과'될 수"
  • 등록 2021-07-02 오전 8:10:18

    수정 2021-07-02 오전 8:10:18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다” vs “연준이 시장에 휘둘리고 있다”

‘연준 천재설’에 대한 논쟁을 생각보다 꽤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모두 연준의 의도하에 돌아가고 있는 것이냐 아니냐는 앞날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문제일 텐데, 이를 판단할 만한 근거가 딱히 없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연준은 3월 은행들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를 종료했고 이는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폭증을 불러왔다고 분석됩니다. 이에 다시 종료했던 SLR 규제 완화를 부활시킬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연준이 정말 다시 SLR 규제를 완화한다면 지난 봄엔 부작용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종료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것마저 의도했던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SLR 규제를 그냥 안 풀고 그냥 놔두게 될까요.
(사진=픽사베이)
과잉된 MMF 흡수하는 역레포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기준 역레포(RRP) 기구로 9919억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조만간 1조달러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인 듯 보입니다. 역레포 기구는 연준이 실시하는 금융조절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머니마켓펀드(MMF) 등 시중의 단기 자금이 많을 때 빨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단기 자금은 넘치다 못해 흐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레포 금리(SOFR)와 단기재정증권(T-Bill) 3개월물 금리는 0%를 뚫고 내려가려 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0.00~0.25%인데 이 선을 위협했던 것입니다. 6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나온 유일한 실제 조치는 바로 이 단기 자금 시장의 안정화였습니다. 역레포 금리를 5bp 올려 0.05%로 변경했습니다. 역레포 기구 자금 유입이 1조달러를 육박하게 된 이유입니다.

6월 FOMC 회의는 초과지급준비금리(IOER)도 5bp 올려 0.15%로 만드는 결정도 했습니다. 이 또한 단기자금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 금리는 연준과 미국의 대형은행 등만 들어올 수 있는 시장에서 쓰이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지급준비금(Reserve)을 초과한 지급준비금에 주는 금리입니다. 대형은행은 뱅크런 등을 이유로 돈 일부를 연준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 계정에 넣어둬야 합니다. 지급준비금 역시 넘치는 유동성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이미 꽉 채워져 있습니다. 이에 은행들은 시중 자금을 받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고, 방황하는 돈은 단기자금 시장에 쌓이게 됐습니다. IOER을 올린 건 은행들이 시중 자금을 다시 받게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고, 실현된다면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유입은 완화되게 됩니다.
역레포 유입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SLR 규제 굳건한데 IOER 상승은 ‘무용지물’

문제는 IOER를 올렸다고 지급준비금 계좌로 돈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서는 언제부터 단기자금 시장에 돈이 넘쳤는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형은행들이 시중 자금을 받아 지급준비금 계좌에 예치하지 않을 무렵부터 돈의 과잉이 시작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서 레포 금리가 0%에 붙기 시작한 때는 지난 3월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3월은 연준이 SLR 완화 조치 끝냈던 때입니다.

SLR 규제는 은행이 국채와 지급준비금으로 잡히는 돈을 편입할 때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보완해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란 재앙이 닥쳐 연준은 SLR 규제를 완화해줬습니다. 자본을 더 쌓지 않아도 국채 보유 규모를 늘려 빠르게 돈을 공급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조치가 끝나자 은행들은 ‘자본을 확충하면서까지 지급준비금을 늘릴 이유가 뭐 있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3월부터 지급준비금을 늘리지 않았고, 반대급부로 단기자금 시장에 돈이 몰리게 된 이유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지급준비금에 돈을 예치하려면 자본금을 더 확충해야 하는데, IOER을 올려줬다고 한들 그렇게 하겠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연준이 SLR 규제를 다시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랜들 퀼스 연준 부의장은 지난 6월 초 SLR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이번 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도 SLR 완화를 언급했습니다. 실현된다면 약 3개월 만의 번복인 셈입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FOMC에선 SLR 규제 완화 건이 있었고 파월 의장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SLR 규제에 대한 완화를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이는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을 연준에 더 예치할 수 있는, 그리고 국채를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머지않아 연준에서 영구적인 SLR 규제 완화안을 발표하게 될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레포 금리(SOFR)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연준이 SLR 완화 또 한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비상조치 중 하나인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 금지 조치와 연관돼 있습니다. 불안한 팬데믹에 연준은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했는데, 상황이 나아지면서 해당 조치는 이번 7월부터 풀렸습니다. 그런데 자사주를 사면 자기자본이 감소합니다. 자본이 감소하는 만큼 은행은 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약화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선 SLR 규제를 다시 풀어준다는 건 정책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벗어난 게 됩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진행된 미국 은행들에 대한 규제 변화는 자기자본 감소와 레버리지 제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자산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예금 부채를 늘리기 어려워졌으며, 총자산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SLR 규제를 또 푼다는 건 (지급준비금을 더 쌓으라는 것으로) 오히려 자산을 늘리라는 소리이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SLR 규제 정상화와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허용이란 규제 변화를 한 덩어리로 보고 있습니다. 이 덩어리는 상업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 둔화의 필요성, 즉 ‘긴축을 위한 정지작업’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준이 찍어낸 돈이 이미 은행에 너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한계선을 그어놔야 할 필요가 있단 것입니다. SLR 규제 완화는 지급준비금에 돈을 더 넣으라는 건데, 이러면 앞뒤가 맞지 않게 됩니다.
6월 22일(현지시간)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AP 통신)
“역레포 1조달러…나비효과될 수도”

SLR 규제를 다시 풀든 그대로 두든, 역레포 기구가 단기 자금 시장 자금을 잘 흡수해 준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연준이 역레포 기구에서 하는 자금 흡수는 그냥 하는 게 아닙니다. 자산 매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의 예금 유입과 지급준비금 예치 거부로 인한 단기자금 시장의 과잉이 다시 나타나게 됩니다. 레포 금리는 다시 또 내려가려고 할 겁니다.

이 연구원은 “중앙은행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대차대조표를 관리해야 하는 시장 참여자일 뿐”이라며 “역레포 확대를 통해 단기금리를 적절하게 컨트롤하긴 어려운데, 연준의 자산매입이 지속돼야 역레포를 확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단기자금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모든 일은 양동이에 돈이란 물이 넘치고 있기 때문으로, 수도꼭지를 잠가 버리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물을 마셔야 할 기업들이 잘 안 보입니다. 은행 대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구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연준이 8~9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호를 준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렇다 해도 테이퍼링을 넘어 연준이 자산 매입을 아예 하지 않을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동성 증가는 둔화해도 유동성 증가 자체는 꽤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 유입 역시 생각보다 더 길어질 지 모릅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는 6월 FOMC에서 IOER과 RRP 금리 인상이 테이퍼링 논의 소식을 넘어서는 훨씬 중요한 뉴스라고 생각한다”며 “역레포 기구가 순식간에 1조달러가 된 것은 통화 단기자금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흥국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 등 나비효과를 일으킬 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출처=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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