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Trop2’를 표적하는 ADC 항암제 LCB84는 7월 중 영장류 독성실험(GLP-TOX)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 연말까지 독성 시험을 마무리하고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1년 이탈리아의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으로부터 Trop-2 항체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LCB84는 여기에 자사 ADC기술을 적용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Trop2는 삼중음성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췌장암 등 고형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피부, 각막, 위장관 점막 등 정상세포에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할 수 있어 ADC 항암제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는 LCB84의 경쟁약물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DS-1062’다. 트로델비는 품목허가 후 현재 시판 중이고 ‘DS-1062’는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LCB84의 개발 단계는 이보다 더디지만 동물실험에서 기존 약물 대비 안전성과 효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Best-in-class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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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지수(TI)가 넓을수록 환자가 투약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이 늘어나는데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레고켐바이오는 포스터발표를 통해 LCB84는 20, 트로델비는 9.6, DS-1062는 4의 TI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경쟁약물은 정상세포와 암세포 모두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레고켐바이오는 LCB84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LCB84가 기술이전시 수조원대 규모의 계약성사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ADC 항암제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술인데다 Trop2를 타깃하는 항암제들의 기술이전이 앞서 수조원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다이이찌산쿄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DS-1062를 임상 3상 당시 60억달러(7조8000억원)에 기술이전했고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메딕스는 트로델비의 품목허가 이후 회사 자체가 210억달러(27조3000억원)에 길리어드에 인수된 바 있다.
회사측은 LCB84의 임상 1상이 끝난 후나 종료될 무렵에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쟁약물들은 임상 후기 단계에 기술이전됐지만 모두 수조원대 규모였기 때문에 1상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지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임상 1상을 직접 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도 기술이전 계약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한 바이오전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레고켐바이오가 임상 1상을 위한 인력을 새로 충원하는 등 1상 직접 진행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며 “이제까지 했던 플랫폼 위주 기술수출과 달리 물질단위로 임상 1상 진입 후 기술수출을 한다면 전체 계약단위 규모는 작아도 업프론트(선급금) 비중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