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00)고개숙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 등록 2000-12-29 오후 1:25:15

    수정 2000-12-29 오후 1:25:15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전문가가 설 땅이 없어졌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예상과 달리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새 천년 첫 해 증권시장에 대한 전망은 장미빛 일색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1500~1600까지 올라갈 것이다, 코스닥지수는 300, 400까지 간다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1분기까지만해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거래소가 반토막나고 코스닥이 5분의1 수준으로 폭락한 채 폐장했다. 증시가 심리적 공황에 빠지자 목청을 높였던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도 수수방관할 뿐 "몸값"을 못했다. 더구나 증권업계의 업황이 나빠지자 후선부서인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은 구조조정 1순위로 지적되며 안팎으로 고통을 받았다. ◇가치 보다는 수급이 먼저.. 리포트 무용지물 애널리스트들의 설 땅이 사라지게 된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 보다는 수급에 의해 주가가 좌우됐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기가 둔화되는 등 추세적인 하향국면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적정주가도 결국은 다른 주식과 비교를 통해 산정될 수 밖에 없는데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의미가 없었다. 다만 매물화할 주식이 어느 정도인가가 주가에 직결됐다. 투자자들은 기업분석 리포트의 적정주가보다는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지, 기관이나 외국인의 보유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주식으로 전환할수 있는 CB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졌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은 시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활황장세로 몸값이 높아졌으나 실력은 떨어졌다. 분석대상기업이 700여개에서 1000여개로 늘었으나 일부 애널리스트는 벤처로 빠져나갔다. 이러한 자리를 신규인력이 대거 메웠다. 굿모닝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 3년의 트레이닝과정이 필요하다"며 "시장이 갑자기 커지다보니 애널들의 층이 엷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펀드실명제 후퇴.. 다시 팀중심 운영으로 증시 활황기에 유행했던 펀드실명제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해 투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스타 펀드매니저를 영입했다. 스타 펀드매니저 이름을 걸고 고객들의 자금을 유치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펀드수익률 공시에서 기존의 펀드매니저 이름이 "공동"으로 바뀌었고 개인의 재량권도 줄어들었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원금 유지는 커녕 반토막난 펀드도 속출하자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형펀드의 상황이 더욱 심했다. 이러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 해 증시호황을 타고 대부분의 펀드가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객들의 인식도 좋아져 유명한 펀드매니저를 좆아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수익을 유지할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였는데 이에 대한 부담으로 유명 펀드매니저는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빈발했다. 새로운 펀드매니저가 이어받아서 운용할 경우 수익률이 부실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펀드매니저는 재량권이 박탈당한 대신 더욱 바빠졌다. 영업점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나가서 강연도 무시할수 없다. 정착돼가고 있는 연봉제로 자기 몸값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객을 모아야 할 입장이다. 이외에도 종목발굴 차원에서 기업방문도 소홀히 할수없는 상황이라 이래저래 펀드매니저의 위상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막차탄 벤처행..시장침체로 쓴 맛 대박의 꿈을 안고 벤처행을 택했던 증권 전문가들도 고배를 마셨다. 증권맨들의 벤처로의 진출은 크게 두 부류. 뜻이 통하는 동료들이 모여 소규모 금융사를 차리거나 기존의 벤처기업으로 들어가 돈줄을 관리해주는 것이 주류였다. 특히 올해들어 벤처행 막차를 탄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은 꿈도 채 펴보기전에 가라앉고 말았다. 투자자문이나 컨설팅회사를 차렸던 증권맨들은 대부분 "박살"난 상태. 그나마 한가닥 의지할만한 회사도 없는 상황이라 사정은 더욱 딱하게 됐다. 일반 벤처행을 택했던 "선수"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벤처기업 CFO(최고 재무담당자)의 60~ 70%정도는 증권맨 출신이다.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보다는 채권이나 인수업무를 담당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들도 코스닥시장이 사상최저수준으로 폭락하고 기대를 모았던 제3시장이 침체를 보이자 망연자실 한숨만 짓는 신세가 됐다. 골든에셋벤처캐피탈주식회사 강동현 대표는 "증권맨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위상이 증시침체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실적악화 등으로 증권가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전망인데 이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수난을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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