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N포 세대, 이케아 세대, 비트코인 세대 등… 청년을 설명하는 덴 늘 ‘○○세대’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청년 문제는 흔히 세대주의로 이야기된다.
청년 문제를 연구하는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세대주의로 풀이돼 온 청년 담론에 의문을 제기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청년이라는 느슨한 단어에 붙은 많은 이름이 오히려 청년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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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기만 한 청년이라고?”세대주의 프레임 여전
그는 “최근 주식 등 투자하는 청년들을 조명한 기사가 있었지만 20년 전에도 그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안 하는 사람이 있었을 건데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이 화제가 돼 놀랐다”라며 “88만원 세대 이후 청년층을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 프레임이 생겼고 청년이 이렇게까지 될 지경으로 사회가 잘못됐다고 보여주려고 하는 걸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최근 고위직의 자녀 특혜 이슈와 이른바 인천국제공항 사태 때 청년의 반응을 다룬 많은 보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연구원은 “조국 전 장관 이슈 때 실제 더 분노하고 행동으로 옮긴 건 40대고 20대는 오히려 무관심한 이들이 많았다”라며 “인국공 때도 취준생 전부가 청년을 대표할 수 없는데 청년이 분노한다는 프레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청년의 목소리가 아니라 청년이 분노하길 바랐던 사람들의 프레임”이라며 “‘청년이 분노했다’식의 기사도 청년이 스스로 말하기보단 청년이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재현 체계 안에 청년이 들어가는 식인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세대담론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전처럼 많다고 느끼진 않는다”면서도 “세대 간 불평등이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의 문제인데 청년 전반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해 다른 문제를 가린다”고 지적했다.
“청년, 정책 대상에서 그치지 말고 주체돼야”
김 연구원은 “청년 모두가 어렵다고 일반화하면서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라며 “청년 전체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과 사회가 청년이 스스로 그 세계관에 빠져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부추기는 것 등이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청년정책은 일자리 지원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청년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정책이 이렇게 많다’라는 게 정부 메시지 처럼 나올 때가 있는데 실제로 보면 외국 탐방단이나 영농후계자 지원 이런 것들도 청년정책으로 들어가 있다”라며 “경제적 지원을 주는 부분도 있겠지만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이 계속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은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조직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그런 면을 고려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 정책에 대한 합의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