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입김, 후~하고 불면 왜 시원해질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입김의 압력과 부피 차이
  • 등록 2022-01-29 오전 11:30:00

    수정 2022-02-05 오전 9:44:38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올 겨울은 제법 춥습니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날 우리는 손이 시리면 ‘하~’ 하는 입김으로 손을 녹이곤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입김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손에 전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바깥에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는 데는 따끈한 차나 뜨끈한 국물 있는 음식만 한 게 없죠. 그런데 우리는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입김을 붑니다.

이때는 ‘하~’ 하고 부는 대신 ‘후~’ 하고 불지요. 이렇게 입김을 불면 입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와 뜨거운 음식을 식혀줍니다. 두 입김 모두 우리 몸에서 나오는 입김인데, 왜 ‘하~’ 하고 불면 따뜻하고 ‘후~’ 하고 불면 시원할까요?

‘하~’ 하는 입김과 ‘후~’ 하는 입김 온도가 다른 이유는 입김의 압력과 부피 차이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하~’ 하고 불 때와 ‘후~’ 하고 불 때 입모양과 입김 속도가 다릅니다. ‘하~’ 하는 입김은 입을 크게 벌리고 바람을 천천히 내보내지만 ‘후~’ 하는 입김은 입을 작게 벌리고 바람을 빠르게 내보냅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입김을 천천히 내보낼 때는 몸속에 있던 공기가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 우리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입김이 만들어집니다. 입김을 세게 불 때는 입안에 있는 공기에 압력이 가해지고 이 공기가 좁은 입술을 통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면 순간적으로 압력이 낮아지면서 부피가 늘어나는데 이 때 온도도 변합니다.

공기의 압력은 부피뿐만 아니라 온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는 내려갑니다. 따라서 입안에서 높은 압력을 받고 있던 공기를 입술을 통해 바깥으로 빠르게 내보내면 순간적으로 압력이 낮아지면서 온도는 내려갑니다.

공기의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도 낮아진다. (이미지=최종수 박사)


입김을 세게 불수록 압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온도는 더 낮아집니다. 만일 입김의 원리를 이용한 기계장치를 만들어 아주 강한 바람을 내보낼 수 있다면 온도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장치를 통해 내보내는 바람에 적당히 수분을 더해주고 대기의 온도가 영하라고 하면 인공적으로 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키장에서 자주 보는 인공으로 눈을 만드는 인공 제설기가 바로 해당 원리를 이용해 만든 장치입니다. 일명 눈 대포라고도 하는 이 장치는 복잡하고 신기하게 보이지만 기본 원리는 입김을 부는 것과 같습니다.

인공 제설기는 분무기와 같은 노즐을 통해 아주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강한 바람을 이용해 대기 중으로 뿜어줍니다.

강한 바람에 의해 대기 중으로 쏘아진 물방울은 차가운 대기에 노출되고 부피 팽창으로 온도가 더 낮아지면서 순간적으로 얼어 눈이 만들어집니다. 인공 제설기가 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필요한데 대개 영하 3도 이하의 온도와 60% 이상의 습도를 필요로 합니다.

인공 제설기에 의해 만들어진 눈은 하늘에서 떨어진 자연 눈과 같은 모양일까요?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자연 눈의 결정은 작은 물방울에 구름 속의 수분이 천천히 달라붙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잔가지가 많고 화려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인공 눈은 아주 짧은 시간에 물방울이 얼면서 결정을 만들기 때문에 잔가지를 갖는 화려한 형태를 갖출 수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공 제설기는 정확하게 말하면 눈을 만든다기보다는 작은 얼음 알갱이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 눈은 얼음 알갱이이기 때문에 자연 눈에 비해 잘 뭉쳐지지도 않고 딱딱한 편입니다. 그래서 스키장의 인공 눈 위에 넘어지면 자연 눈 위에 넘어졌을 때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겁니다.

공기의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은 인공 제설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축구공이나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탱탱하게 넣으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것도 압력의 변화로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압력이 낮아질 때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은 야외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쓰는 휴대용 가스버너의 부탄가스 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스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한 후 가스통을 만져 보면 유난히 차가운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동안 가스통 안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온도도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수증기가 증발해 하늘에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구름이 상승기류에 의해 올라가거나 산을 타고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지면서 온도도 낮아집니다.

구름 속에 있던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나 눈 결정이 만들어지고 이 결정이 커지면 비나 눈이 됩니다. 높은 산꼭대기에 비와 눈이 자주 오고 많이 오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눈이 내리는 횟수와 양이 줄어들면서 높은 산에서도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강원도 높은 산에 위치한 스키장도 슬로프에 있는 눈의 절반 이상을 인공 눈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겨울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도 눈이 점점 귀해지고 있다고 하니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앞섭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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