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진통제로 버티시던 우리 할머니, 30분 만에 ‘방긋’

어깨부터 등, 허리, 무릎까지 한 해 평균 400만명 이상이 통증 시달려
전신마취 걱정 없는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 고령화사회 주목
  • 등록 2013-09-02 오전 8:51:37

    수정 2013-09-02 오전 8:51:3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올해로 택시 운전 20년 차인 이상민(67)씨.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는 이 씨는 어깨 통증이 만성이 됐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동료 중에서도 그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직업으로 인해 생긴 통증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 둘 수도 없다. 가끔씩 정형외과나 한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고 침을 맞았지만 통증이 사그라지는 건 그때뿐이었다. 이럴때 통증클리닉을 찾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0세와 28세의 두 아들을 둔 조연자(58)씨는 10년 전부터 전신통증에 시달렸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평소보다 더 아팠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측만 할 뿐 정형외과나 신경과, 한의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전신통증으로 인해 두통까지 생기면서 생활이 엉망이 됐다. 신경은 더 예민해졌고 말투도 공격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남편의 권유로 대학병원의 통증클리닉을 방문했다.

내 몸에 생긴 오류 신호 ‘통증’

통증은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두통에서부터 어깨, 허리, 등, 골반, 무릎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만성통증이다. 만성통증은 일상생활과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원활한 활동을 불가능하게 해 다시 통증의 강도를 키움으로써 삶을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일수록 만성통증에 취약하다.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있을 만큼 두통에서부터 어깨, 허리, 옆구리까지 다양한 부위에 통증을 겪는다. 이러한 통증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는 약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어 수술이 어렵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노인은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어깨부터 무릎까지 한해 400만명이 통증 호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평균 통증으로 진료받는 사람은 400만명에 달한다. 이는 등, 골반, 가슴통증, 일부 통증만 집계한 것이라 실질적으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등통증은 2011년 통계에서 남성의 주요질환 15위를 차지했을 만큼 흔했다. 등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남성환자는 171만1642명이었다. 복부와 골반통증 환자도 125만150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7만2688명, 남성이 47만8813명으로 여성이 30만명 가량 많았다. 목구멍과 가슴통증이 73만3193명, 기타통증 5만8409명, 달리 분류되지 않은 통증 환자도 13만9168명이나 됐다.

통증치료 전문병원 광고까지 할 만큼 경쟁 치열

통증환자가 찾는 진료과나 병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양상이 바뀌었다. 15년 전만 해도 통증이 있으면 대부분 정형외과를 찾았다. 허리와 어깨, 골반과 같은 곳에서 통증이 잘 생겼기 때문. 그러다 이러한 트렌드가 재활의학과로 옮겨갔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마취통증의학과 또는 통증클리닉의 환자 수가 급증했다.

30년째 허리 통증으로 고생 중이라는 김연옥(63)씨는 “20년 전에는 무조건 정형외과로 갔다. 그러다가 재활의학과를 다녔고 최근에는 또래들 사이에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진료받으니 시원하더라’하는 소문이 나면서 마취통증의학과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인터넷상에서도 통증클리닉이나 마취통증의학과로 검색하면 파워링크가 수도 없이 달렸을 만큼 인기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서 파워링크에 등록된 한 병원 관계자는 “통증으로 검색하면 연관검색어가 상당히 많다. 이게 다 통증의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통증을 치료하는 병원이 워낙 많다 보니 우리 병원도 키워드광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염진통제부터 고주파까지 시대에 따라 진화한 통증 치료법

과거에는 소염진통제로 통증의 강도를 줄이고 물리치료를 통해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 통증 치료법으로 주로 사용돼 왔다. 그러다 증세호전이 없으면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는 신경차단술과 관절강내 주사, IMS, 인대증식치료 등이 개발, 널리 시행되고 있다. 신경이나 신경주위, 조직에 국소마취약을 주입해 전도를 화학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무통을 얻는 말초신경차단술도 많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관절강내 주사, IMS, 인대증식치료는 통증 자체를 조절하기보다는 관절염이나 근육 병변과 같이 통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병변을 치료하는 것에 불가해 환자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약물을 이용한 신경차단술 역시 직접적인 통증 감소 효과는 있지만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고열의 고주파로 신경을 태우는 시술도 안전성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30년 동안 묵은 통증 30분안에 싹 해결

최근에는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이 통증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면서 통증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은 고주파로 흥분된 신경을 안정화시키고 염증반응을 줄임으로써 통증을 차단하는 차세대 통증 치료법.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이래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반 도입됐다. 그러나 통증을 야기하는 신경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아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시행돼 왔다.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통증치료법으로 주로 사용돼 온 신경차단술과 관절강내 주사, IMS, 인대증식치료 등에 비해 안전하면서도 치료성과가 좋다는 점이다. 과거 70~90도의 고열로 신경을 태웠던 고주파와 달리 박동성 고주파 신경조절술은 42도로 신경을 조절하기 때문에 신경손상을 일으키는 47도 이상의 열을 일으키지 않아 신경손상의 우려가 적다.

또 통증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에만 선택적으로 시술해 다른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칫하다 운동신경을 건드려 문제가 생기던 기존의 고주파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부작용도 염증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번의 시술로 오랜 기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시술로 6개월에서 1년, 개인에 따라서는 평생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

최혁재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010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두통, 어깨 통증, 말초 신경의 만성 통증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을 시행한 다음 6개월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약 90%의 환자에서 통증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이 통증을 감지하지 못할 만큼 강도가 줄어들었고 10명 중 8명이 치료 후 진통제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의 장점은 수술적 치료와는 달리 고령이나 전신상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시술 시간이 짧은 것도 꼽을 수 있다. 부분마취만으로도 가능해 진단 목적의 신경차단술에서 효과를 보인 사람이라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도, 심지어는 노인에게도 시술할 수 있다. 또 MRI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의 위치만 정확하게 확인하면 시술시간이 신경 하나당 2~3분에 불과할 만큼 짧아 입원 없이도 가능하다.

최 교수는 “박동성고주파신경조절술은 두통을 비롯해 어깨통증, 허벅지 이상 감각증후군까지 다양한 증상에 적용 가능하다”며 “진단을 위한 신경차단술에서 통증이 50% 이상 절감된 통증환자라면 누구나 시술받을 수 있다. 특히 전신 마취 없이도 시술이 이루어지는 만큼 고령화사회에 주목받는 통증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최혁재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만성통증으로 시달리는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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