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무대 위 떠오른 세월호

공연계, 다시 세월호를 말하다
희생자 부모 다룬 '내 아이에게'
죽은 아이가 돌아온 '볕드는 집'
'그렇게 산을 넘는다'·'2017 이반검열' 등
세월호 3주기 추모연극 잇달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질문
  • 등록 2017-04-04 오전 7:08:01

    수정 2017-04-04 오전 7:36:40

연극 ‘내 아이에게’의 한 장면(사진=극단 종이로 만든 배).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잊으면 잃는다.” 2014년 4월16일. 선체가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수습자의 수습과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공연계가 세월호의 기억을 잇달아 무대 위로 올린다. 세월호라는 동시대의 국가·사회적 참사 이후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무엇인지 질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는 희생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내 아이에게’(10~16일 성북마을극장)를 공연한다. 2015년 초연 뒤 지난해에 서울연극제에 오른 작품은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꾸며진다. 극단 측은 “세월호의 진실을 망각의 바다에서 기억의 뭍으로 올리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연극 ‘그렇게 산을 넘는다’의 한 장면
예술공동체단디도 추모 행렬에 동참한다. 연극 ‘볕드는 집’(20~24일 소극장 혜화당)은 지난 3월 공연한 연극 ‘달맞이’의 후속 시리즈다.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면서 평화로운 마을 이면에 숨겨져 있던 검은 비밀이 들춰진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박근화 예술공동체단디 대표는 “지난 3년 전 그 날의 기억을 때때로 잃어버리고 잊는다”며 “새로운 출발에 선 시점에서 피해자들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단 신작로와 극단 감동프로젝트가 공동으로 제작한 연극 ‘그렇게 산을 넘는다’(5~8일 아라리오뮤지엄 소극장)는 아이와의 공존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감동프로젝트의 대표인 임정은 작가는 2015년 9월 세월호 수습상황을 지켜보는 아버지들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임 작가는 “사건을 어설프게 재현하면 그 의미와 중요성을 놓치게 된다”며 “세월호 참사의 현실성보다 바람을 다루는데 중점을 뒀다”고 귀띔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되짚는 작품도 선보인다. 남산예술센터의 올 시즌 프로그램 첫 작품으로 오르는 ‘2017 이반검열’(6~16일 남산예술센터)이다. 이반검열은 2000년대 중반에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가려내고자 학생 행동을 규제하고 제재를 가했던 현상을 말한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서 초연했던 작품은 청소년 성소수자와 세월호 유가족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연출로 호평받았다.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당하고 ‘나중에’ 이야기하라며 밀려난 말들은 공연 안에 담아냈다. 세월호 형제자매들의 말을 통해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진 개인이 소수자에게 가하는 차별과 폭력을 그려내며 검열을 조장하는 국가에 문제를 제기한다.

연극평론가는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동시대성을 담아내는 것 또한 연극이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이어 “묻히고 외면한 이야기를 꺼내 정면으로 마주하고, 집요하게 질문해야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낸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2017 이반검열’ 콘셉트 이미지(사진=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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