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원, 망가진 얼굴로 친형 찾아와 ‘살려달라’ 호소”

입주민 폭행·폭언 시달리던 경비원 극단적 선택
가해자 “코뼈 부러뜨린 적 없어”…쌍방폭행 주장
경찰, 폭행 피해 입은 날 친형 찾아온 고인 영상 확보
“유족 진술과 일치”…가해자 구속영장 신청 방침
  • 등록 2020-05-19 오전 7:34:29

    수정 2020-05-19 오전 8:02:42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를 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입주민 가해자가 상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최씨가 폭행을 당한 뒤 살려달라며 친형을 찾아왔다는 진술과 함께 관련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YTN이 입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가 친형을 찾아온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최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지난 17일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입주민 A(49)씨는 최씨의 코뼈를 부러뜨린 적은 없다며 상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는 “친형한테 구타당해 코뼈가 부러져 내려앉으신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A씨는 “제가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낸 것이다. 형님(최씨의 친 형)이 때렸다고 그런 게 아니고, 제가 때리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씨가 코뼈가 부러지도록 맞은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7일 오후 12시 무렵, 경찰은 최씨가 도망치듯 아파트를 빠져나와 근처에 있던 친형을 찾아왔다는 유가족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 18일 YTN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사건 당일 망가진 얼굴로 급하게 친형에게 와 “살려달라, 맞아서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던 경찰은 친형을 찾아온 날 최씨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확보했다. 최씨가 영상에 포착된 시간은 이날 오후 12시37분으로, 오후 12시쯤 찾아왔다는 유족 진술과 일치한다.

경찰은 A씨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는 최씨의 음성 유서 내용과 유가족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YTN이 공개한 최씨의 음성 유서에는 자신이 A씨에게 코뼈를 맞아 부러졌다며 음성 유서가 그 증거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XXX(A씨)씨라는 사람한테 맞은 증거에요. TV에도 다 나오게, 방송 불러서 공개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XXX씨(A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면서 A씨가 살해 협박까지 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최씨는 “(A씨가) 너 이 XX 돈도 많은가보다, 고소하고.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깐 (이라고 했다). 사직서를 안 냈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너 백 대 맞고, 너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 내용과 그간 확보한 증거자료들을 검토한 뒤 조만간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께 A씨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기 힘들다며 억울하다는 유서와 함께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A씨가 최씨를 경비실 내부 화장실에 가둬놓고 때려 최씨의 코뼈가 내려앉는 등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이나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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