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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년 전 발표했던 음반이 뉴에이지·네오클래식 등을 다루는 빌보드 클래시컬 앨범 차트에서 12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역주행 아이콘’으로 불리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 “부쩍 늘어난 세간의 관심에 얼떨떨하다”는 그는 최근 서울 논현동 유니버설뮤직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자신의 음악이 뒤늦게 주목받게 된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앨범에는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리버 플로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등 CF와 드라마에서 자주 접했던 연주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은 2011년 발매 당시에도 클래시컬 차트 톱 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처럼 주목받진 못했다. 이루마는 “10위권에 진입하면 빌보드에서 이메일로 알려주는데, 2011년엔 나도 음반사도 모두 모르고 지나쳤다”며 “한참 뒤에 알았는데, 그 만큼 기대치가 낮았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앨범은 한 유튜버가 영화 ‘트와일라잇’ 장면에 ‘리버 플로스 인 유’ 음악을 입힌 영상을 올리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후 디지털 음원과 앨범 판매량이 스멀스멀 늘어나더니, 빌보드 클래시컬 앨범 차트 정상에 등극하는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이루마가 연주한 ‘리버 플로스 인 유’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 1억 뷰를 넘겼다. 이루마는 “제 곡들이 유행을 타는 음악이 아니다 보니, 언제 들어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10년 뒤에도 다시 회자되는 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루마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그가 누구보다 분주하게 랜선 공연, 방송 출연 등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건 빌보드 1위 등극이 국내 음악계에서 소외된 연주자의 위상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루마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연주자들이 국내에서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해 자존감이 크게 떨어져 있다”면서 “(내가) 더 많이 나서서 대중과 아티스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면 국내 창작 음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퍼셀스쿨과 같은 음악학교를 세워 국내 창작 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평생의 꿈’이라고 말하는 이루마. 그는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연주자, 작곡가들이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국내 음악계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고, 제대로 이끌어줄 기획사도 많지 않아 젊은 음악가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들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 하고, 제작에도 참여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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