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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철학·비전 부재한 10년 만의 `속편`

  • 등록 2021-01-19 오전 6:00:00

    수정 2021-01-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어지간해선 리메이크작(remake作)은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기 어렵다. `전편 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 역시 속편이 전편의 흥행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말일 터다.

최근 본 영화 `조제`(2020)가 그랬다. 소설을 바탕으로 2004년 개봉한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재해석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 20만명을 기록했다. 흥행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한지민(조제 역)과 남주혁(영석 역)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짙은 여운과 잔잔한 감동을 느끼긴 어려웠다. 무뎌진 감성 탓도 있겠지만, `원작의 주요한 메시지를 그대로 가져가되 우리만의 조제를 만들어보자`는 감독의 고민이 원하는 바 만큼 그려지지 않은 것 같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범야권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익숙한 로맨스 영화 얘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80일도 채 남지 않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얘기를 위해서다. 출마 선언을 했거나 임박한 여야 유력 출마 주자들의 면면만 놓고 보면 흘러간 드라마의 속편 같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치르게 된 보궐선거의 시작은 오세훈 전 시장.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카드를 자신의 거취와 연결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야권 선두를 달리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는 무소속 박 전 시장에게 조건 없이 양보했다. 당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박 전 시장과의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범야권 단일부호 박 전 시장 캠프의 공동대변인을 맡은 연(緣)이 있다.

본선은 당시 여당인 옛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박 전 시장의 대결. 나 전 의원은 본선에서 박 전 시장에게 29만 표 차이로 졌다. 이후 박 전 시장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출마 선언이 임박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지나 `그때 그 사람들`이 다시 나섰다. `속죄 하는 마음` `정권 교체` `문재인 정권 심판` `다시 시작` 등 출사표 기치도 각양각색이다.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될 만큼, 여야는 단일화 등 주도권 싸움에 사활을 건 형국이다.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갖는 무게에 비해 상당수는 정치적 패권 향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 수도인 `1000만 서울`(지난해 말 기준 966만 8465명)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정책 경쟁 보다는 이미지 제고나 선거 공학에만 매몰돼 있다. 성난 민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장밋빛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해 예산만 40조가 넘는 `작은 정부`인 서울시장 자리를 위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리메이크가 성공하려면 원작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자리에는 정치 `공학`이 아닌 정치 `철학`이 들어서야 한다. 식상한 등장인물에 스토리마저 진부하다면 흥행 참패는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서울시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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