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은행 사측 연합인 금융사용자협의회와 지난달 상견례를 한 데 이어 지난 18일 1차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노조는 점심 시간에 은행 영업점의 문을 닫는 이른바 ‘점심시간 셧다운제’을 주요 요구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선출된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점심시간 셧다운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점심시간 셧다운제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사측 역시 진지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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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가 점심시간에 은행 영업점의 문을 잠시 닫아야 하는 이유로 은행원들의 복지 보장을 든다. 영업점 방문 손님을 맞느라 직원들이 제대로 된 점심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노조 측의 생각이다.
현재 각 은행들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업무용 PC를 꺼놓거나 은행 전산망과 분리시키는 ‘PC오프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은행 전산망에 접속하지 않은 시간에 다른 잡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상사와 직원들 눈치에 점심만 먹고 자리에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저런 업무를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점심시간에 영업점 문을 닫아야 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치과나 이비인후과처럼 은행 지점도 점심 휴식시간이 정착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점심 때 직장인 몰리는데..신뢰 떨어질 것”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편이다. 회사원 등 직장인이 은행 지점에 몰리는 시간은 오히려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으면 불편함이 커진다. 은행 내부에서도 점심시간에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강하다. 은행의 한 직원은 “직장인이 가장 많은 시간대를 외면하면 은행업의 본분을 잃는 것”이라면서 “점심시간에 바쁜 것은 어쩌면 은행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에도 금융노조는 주요 안건으로 점심시간 셧다운제를 사측에 제시했다. 명분은 지금과 같았다. 점심시간 1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아 영업점 직원들이 피로 누적과 소화불량 등의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였다.
당시에도 사측은 반대 입장이 뚜렷했다. 소비자의 불편이 커지고, 이는 은행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양측이 합의를 본 절충점이 지금의 PC오프제다. 최소한 업무 PC는 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업점 출신 한 은행 직원은 “결국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의 문제”라면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말했다. 설령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영업점 문을 닫아 놓아도 내부에서 다른일을 시키면 결국 쉬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