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 칼럼] 대니얼은 대체 누구인가

  • 등록 2020-07-15 오전 6:00:00

    수정 2020-07-15 오전 8:32:26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대니얼,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까 대니얼도 말씀하셨던데, 이건 이런 겁니다.” “대니얼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대체 대니얼이 누구기에, 말끝마다 대니얼인가. 대니얼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영어 이름이다. 카카오뱅크 내에서는 직원들이 윤 대표를 ‘대니얼’이라고 부른다. ‘대니얼님’이라거나 ‘대니얼 대표’ 등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냥 앞뒤 자르고 ‘대니얼’이다. 기존의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사진=AFP)
또 다른 게 또 있다. 다른 은행들은 죄다 누구 누구 은행장이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윤 대표는 은행장이 아니라 ‘대표’다. 은행장이라는 직책이 아예 없다. 왜 카카오뱅크에선 은행장이 없고 대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그렇게 정해진 걸로 알아요. 근데 은행장이라고 부르면 너무 똑같아 보이지 않나요.” 특별한 이유가 없다니, 그게 더 놀랍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에는 CTO라는 직책이 있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 CTO는 ‘Chief Technology Officer’의 약자다. 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최고경영자고, CFO(Chief Financial Officer)가 최고재무책임자이듯, CTO는 최고기술책임자다. 그 회사의 기술과 관련해서는 가장 높은 직책이다. 삼성전자, 네이버 같은 회사에는 다들 CTO가 있다.

카카오뱅크에 개발자 출신의 CTO를 둔다는 건 의미가 남다르다. 은행 운영의 핵심적인 부분을 기술에 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이지만, IT 개발회사이 중심인 회사”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직원의 41%가 개발자다. 전통적인 은행과 비교하면 구성 자체가 많이 다르다. 윤 대표는 “사실 나도 CTO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말한다. 그만큼 카카오뱅크 내에서 CTO의 발언권이 세다.

시중은행에도 기술과 IT을 담당하는 부행장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정도로 기술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 은행의 IT 관련 부행장은 공대나 개발자 출신인 경우도 거의 없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다들 ‘언택트(untact)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택트’라는 용어는 표면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물리적 접촉이 어려워졌다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려는 욕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언택트보다 ‘디지털 커넥트의 시대’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려는 근원적 욕망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게 앞으로 은행과 기업의 과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서로 연결되고 만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디지털로 충족시켜주는 건 결국 기술의 몫이기 때문이다.

은행에 CTO를 허(許)해야 한다. CTO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한 느낌이라면, IT담당 부행장에게 ‘수석’ 부행장이라는 지위라도 부여해서 위상을 높여줘야 한다. 극진한 대접을 해줘야 좋은 개발자가 모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앞으로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다. 금융의 새 키워드는 이제 기술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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