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가 진짜 경제 정원사가 되려면

강압조사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수사
자문위원 '실패한 로비'에도 휘말려
기업 방어권 강화되지만 공정위 권한 축소
경제검찰, 정원사..공정위 역할 합의 필요
  • 등록 2020-08-21 오전 6:00:00

    수정 2020-08-21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외부에서 ‘경제검찰’로 부른다. 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들에게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경제검찰’이기도 하다. 압수수색에 긴급체포 등 피의자 신병 확보까지 가능한 검찰과 달리 피심의인에게 “조사 받으시겠어요”라고 물어 동의를 받아야 조사가 가능한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심지어 매년 감사원이 공정위가 조사권을 남용하지 않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탈탈 털어대니 “무슨 경제검찰이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를 경제라는 정원에 잡초 대신 화초가 자라도록 관리하고 돌보는 정원사로 비유했다.

박근혜 정부인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한 사건처리 절차 개혁방안(사건처리 3.0)은 공정위의 ‘칼’에 족쇄를 주렁주렁 달았다. 현장조사 공문에는 조사목적과 조사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 과잉조사로 간주한다. 심지어 조사가 끝나면 담당과장은 피조사업체에게 해피콜을 해 조사 시 애로사항 등도 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찰이 최근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간부급 직원을 상대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착수해 공정위가 술렁이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공정위가 조사과정에서 기업을 상대로 ‘강압조사’를 진행한 혐의라고 한다.

반대로 공정위가 제재 시 기업이나 총수 등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봐주기’ 의혹이 항상 뒤따른다. 최근 공정위 자문위원인 A씨는 공정위 직원인 척 사칭을 하며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과거보다 공정위의 조사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공정위가 권한을 남발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손발을 묶어놓고 조사가 미흡하다느니, 봐주기식 조사를 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몰아가선 안 될 일이다. 경제라는 정원에는 아직 전지가위 따위로는 손도 못 댈 억센 잡초와 잡목들이 넘쳐난다. 필요하면 톱이나 칼도 들수 있어야 한다. 다만 멀쩡한 꽃들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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