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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석유시대의 종막

  • 등록 2020-09-04 오전 7:34:10

    수정 2020-09-04 오전 7:34:10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엑슨모빌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세계 시총 1위였던 기업이 이제는 우량주 집단에 끼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최고 시점 대비 주가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금년 들어서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퇴출을 엑슨모빌 자체의 실적보다는 석유산업 쇠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인 BP 역시 향후 30년간의 유가 전망을 배럴당 평균 75달러에서 55달러로 낮추고 1만 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도대체 석유 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14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대를 유지하던 유가는 2015년 초 급락하여 코로나 사태 전까지 50달러대를 중심으로 오르내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의 유가 하락은 석유 소비량의 감소보다는 셰일 오일 생산의 급증과 산유국 간의 경쟁으로 인한 과잉 생산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2014년 일 9천만 배럴에서 2019년 1억 배럴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금년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석유 소비량도 2014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2-3년 후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위기나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하면 유가가 하락하고 산유국이나 석유 메이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전에도 있어왔지만 시간이 지나 문제가 해결되면 유가도 회복되는 게 지금까지 석유산업이 보여준 패턴이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기에 석유 사업 쇠퇴가 거론되는 것일까.

석유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지금 빠르게 전기자동차로 바뀌고 있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NEF는 최근 2040년이 되면 전 세계 자동차의 30%가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체된 자동차 시장에서 이는 2040년까지 석유 소비의 15%가 감소할 것이고, 이후에도 전기자동차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석유 소비량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시대가 온 이래 처음으로 장기적인 석유 소비 감소가 예견되고 있다. “석기시대가 돌이 떨어져서 끝난 게 아닌 것처럼, 석유시대도 석유가 떨어져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한 전 사우디 석유장관의 말처럼 결국 전기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석유시대의 막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석유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석유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저유가의 심화와 산유국의 국부 감소를 생각할 수 있다. 석유 소비가 15% 이상 감소하면 BP가 예측한 배럴당 55달러의 유가가 얼마나 장밋빛 전망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석유를 운송하고 저장하고 유통하는 산업 역시 석유 산업의 쇠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에 있는 1만여 개의 주유소를 어떻게 할지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1950년대 석탄이 석유에게 주 에너지원의 자리를 내어주었듯이 향후 20년 사이에 태양광과 풍력 등 리뉴어블 에너지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치고 전체 에너지원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희소식이다. 다만 그 때까지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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