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미애 "강남 한복판서 금융·부동산 로맨스..침묵하면 직무유기"

  • 등록 2020-07-20 오전 7:48:31

    수정 2020-07-20 오전 7:48:3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 아닐까?”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추 장관은 20일 오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저의 ‘금부분리 제안’을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X)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벌써 하루 밤 사이 듣보잡이 실제 상황이 됐다.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사모펀드가 강남 아파트 46채를 사들였다고 한다. 다주택규제를 피하고 임대수익 뿐만 아니라 매각 차익을 노리고 펀드 가입자들끼리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 해도 한발 늦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가 지난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이면서 집값 폭등으로 강화되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층 높이의 삼성월드타워는 46가구가 사는 한 동짜리 아파트로, 1997년 입주를 시작했다. 개인이 이 아파트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도했으며, 매매가는 약 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모펀드는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이면서 강남에 46개 아파트를 소유하는 ‘다주택자’가 됐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주로 ‘큰 손’에 의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모펀드를 통한 매입은 다주택자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피하면서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는 우회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야당 의원님들! 자본시장법상의 사모펀드 투자대상에 주거용 아파트를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값 올리기 대열에 서서 집값 못 내린다고 비웃는 건 아니기를 진심 바란다”며 “한 나라의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 금에 연동하거나 달러에 연동한다는 것은 들어본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처럼 신용창출을 하면서 부동산에 연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걸 부동산본위제나 부동산 연동제라고 명명해 볼까? 금본위제, 은본위제, 달러연동제 이런 건 들어봤어도 부동산본위제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한 건데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부동산에 은행 대출을 연계하는 기이한 현상을 방치하면 안되는 것은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순간 금융위기가 올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장관은 연이틀 SNS를 통해 부동산 정책에 관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전날 “부동산가격 내리기 실패는 돈 탓인데 말 실수 탓이라고 정치공격만 한다”고 적었다.

이어 “부력의 원리에 비유하면 욕조 물에 소금을 넣고 아기 몸을 담그려고 하는 격”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엄청난 돈을 생각지 않고 자꾸 그 시장에 돈을 집어넣는 정책을 쓴다면 부동산 가격 내리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학 이론에서 땅의 역할을 포함해야 경기변동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이해받고 있다”며 “경제학에서 노동과 자본의 생산함수에서 토지가 자본 항목에 뭉뚱그려 포함되었지만 현대 경제학에서는 별도의 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부동산의 분리인 ‘금부분리 정책’에 대한 추가 설명도 있었다. “은행이 돈을 푸는 과정에서 신용의 대부분이 생산활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지자산을 구매하는 데 이용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시장을 흔들고 경기변동을 유발하는데도 경제진단과 정책에서 간과된다”고 했다.

또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지만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경제는 돈의 흐름이고 그 돈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정책 전문가나 정치지도자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18일에도 SNS에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래 부패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며 금융권을 끌어들인 결과 금융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기형적 경제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기 위해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추 장관이 갑자기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의견을 밝히자 야권에서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국토부 장관 추미애. 서울시장 나올 모양이다. 아니면 대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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