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여름비는 잠비, 가을비는 떡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름철 비가 오늘 날은 잠자기가 좋고, 가을에 비가 오면 풍성한 수확물로 떡을 해서 먹게 된다는 뜻입니다. 조상들이 계절별로 내리는 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말인데요. 자연을 해석하는 낙관적인 태도가 돋보입니다.
비 내리는 날 예전에는 떡을 해먹었다면 요즘엔 부침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비도 오는데 퇴근길에 파전에 막걸리 한잔 어때?”라며 말을 건넵니다. 비 내리는 저녁 몸이 으스스한 상태에서 전집 앞을 지나가면 부침개 부치는 냄새가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비 오는 날은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 냄새가 잘 퍼지지 않은 채 주변에 오래 머물게 되는데 그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왜 사람들은 비오는 날 부침개를 찾게 되는 것일까요. 이를 비오는 소리와의 관계로 설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비가 땅이나 물체에 부딪히는 소리와 부침개를 부치는 소리가 비슷해 자연스레 전이 떠오른다는 것인데요.
실제 부침개 부치는 소리는 빗소리와 진폭이나 주파수가 거의 흡사하다고 합니다.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기름을 부어 잘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넣었을 때 ‘치직’하며 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와 비슷하고, 부침개의 기름 튀는 소리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흡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중에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연상돼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인데요. 청각은 두뇌의 상상력을 동원해 소리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면 무조건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강수량에 따라 매출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요. 강수량이 적거나(30㎜ 미만) 많을 때(80㎜ 초과)보다 비가 적절하게 내렸을 때(30~80㎜)가 관련 업종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파전 전문점의 경우 비가 적당히 오는 날(30~80㎜)의 매출액이 비가 안 오는 날보다 88% 늘었다고 합니다.
비씨카드는 날씨와 시간에 따른 고객들의 니즈와 매출을 분석한 것은 이를 이용하면 재고 부담과 영업손실을 덜 수 있고 새로운 영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오는 날 부침개를 먹고 싶은 소비자를 위해 관련 제품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획전도 열렸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20~26일 장마를 앞두고 비오는 날 단골 음식인 부침개 재료와 막걸리 할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주요 행사상품으로는 부침개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부재료 10개 품목 중 2개 품목 이상을 동시에 구매하면 20%를 할인해 주고, 막걸리 10종류도 2병 이상 구매 하면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고 합니다.
이마트가 지난해보다 일찍 부침개 재료와 막걸리를 할인 행사한 이유는 최근 3년간 장마철 매출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부침가루와 같은 전 재료와 막걸리의 매출이 비가 오는 날이면 평소대비 30~60% 증가하는 이른바 ‘날씨 특수’가 있는 상품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마트가 지난해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6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1주일간의 매출액을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보니 우산·제습제·제습기 등의 장마용품은 각각 270.1%, 42.1%, 357.5% 가량 매출이 증가했고 막걸리와 부침가루도 판매가 20.6%, 26%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막걸리도 비오는 날 잘 팔린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그래서 부침개와 막걸리가 찰떡궁합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은 개인에 취향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뱃속까지 뜨끈뜨끈해지는 칼국수,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짬뽕, 지글지글 익는 냄새에 군침이 도는 부침개까지.
본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